"미·중 갈등 연말까지 갈 것…日수출규제로 투자·수출 보수적 전망"

한국은행은 반도체 회복시점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은 올해 연말까지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고,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를 감안해 수출, 설비투자 전망을 한층 보수적으로 내다봤다.

정규일 한은 (조사담당)부총재보는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올해 성장률 연 2.2%로 0.3%포인트(P) 낮춘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 부총재보는 "(주요 반도체 품목인)낸드플래시와 D램이 각각 2017년 상반기, 지난해 상반기 정점(피크)을 찍고 조정 중인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의 내수분화, IT 부문 화웨이 여파 등이 더해졌다"며 "(반도체 회복시기는)늦으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로 보는데 일본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 두번째)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2019년 경제전망(수정)’을 발표하고 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지난 5월부터 증폭되면서 수출, 투자지표가 악화된 측면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종전 전망치(2.3%)보다 0.4%P 내려간 수준이다. 여기에 1분기 성장률(전년대비 1.7%)를 고려하면 2분기 성장률은 전년대비 2%초반대로 추정했다.

한은은 지난달부터 촉발된 일본 수출규제 여파를 감안해 설비투자와 수출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설비투자와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5.5%, 0.6%로 집계됐다. 이환석 조사국장은 "일본 수출규제는 하방리스크에 가까워 우리경제에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해서 일부 반영했다"며 "수치로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 수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져 보수적으로 잡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국장은 "미·중 무역분쟁은 4월 경제전망까지는 낙관적인 기대가 있었다. 이제는 올해 연말까지 간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고 저희도 (경제전망의) 전제로 반영했다"고 했다.

다음은 정 부총재보와 이 국장 등과의 일문일답.

-상·하반기 경제성장률을 함께 조정했다. 상반기 성장률 2.3%에서 1.9%로 대폭 내린 이유는.

정 부총재보 "4월 전망에 영향을 크게 미친 건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두가지였다. 당시 전반적으로 미·중 간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반영해 중국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었다.

그러나 5월 들어 미국이 대(對)중 관세를 25% 인상하고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했다. 기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내수둔화 및 글로벌 교역둔화와 반도체 경기 조정과정에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정보통신(IT) 부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 5월 이후 수출과 투자 측면에서 기대보다 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타났다."

-2분기 성장률은 어느 정도인가.

정 부총재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1.8%이었고 잠정치는 1.7%였다. 예상보다 실적이 안 좋아졌다. 상반기 예측 결과와 1분기 값과 비교하면 유추 가능하다. 정확한 수치는 다음주에 발표되겠지만 전년 대비 2%초반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과 추가경정예산 영향이 이번 성장률 전망치에 얼마나 반영됐나.

이 국장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구체적인 강도나 강화 및 축소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로 전망에 반영할 수는 없었다. 단 수출규제가 하방리스크에 가까우며 경제주체 심리에 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에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해서 일부 반영했다. 수치로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 수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져 보수적으로 잡게 됐다.
추경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논의가 되고 있다. 세부 금액과 내역을 알고 있지만 실제 국회에서 언제 어떤 내역으로 통과되는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이번 전망에 보수적으로 반영했다. 추경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 국면이 하반기 계속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전망치에 반영한 것인가.

이 국장 "미·중 무역분쟁은 4월 경제전망까지는 낙관적인 기대가 있었다. 이제는 연말까지 간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고, 저희도 (경제전망의) 전제로 반영했다."

-잠재성장률이 2.5~2.6%으로 예상됐다. 이전 추정치보다 떨어진 것인지.

강태수 전망모형팀장 "종전 대비 0.1%P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경기 회복시기가 원래 하반기로 예상됐는데, 내년 상반기로 밀린 것인지.

정 부총재보 "(주요 반도체 품목인)낸드플래시와 D램이 각각 2017년 상반기, 지난해 상반기 정점(피크)을 찍고 조정 중인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의 내수분화, IT 부문 화웨이 여파 등이 더해졌다. 늦으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도 있어 불확실성이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가격이 뛰는 현상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실적은 잘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전망은.

이 국장 "일본 수출규제로 디램 가격이 반등했다.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판단한다. 반등했다가 다시 예전 추세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반도체 경기가) 올라가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잡지는 않았다. 일시적 반등 정도다"

-경제전망 발표시기를 1·4·7·10월에서 2·5·8·11월로 바꾼 배경은.

이 국장 "전망의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주요 지표들이 월말이나 월초에 나오며 한은은 주로 월초에 실물경제 동향을 전달받아 모니터링한다. 발표월이 1·4·7·10월이면 오늘처럼 15일 전후로 월 중반이다. 배경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촉박하다. 주 52시간 시행하게 되면 시간상의 제약도 있다. 또 오는 11월 전망의 경우 전망월이 바뀌면서 2021년 전망을 발표할 수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