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찾는 90년대 中 소비자들, 자국 화장품에 눈길

중국 화장품 바이췌링, 중국 한방 재료를 사용해 호응을 얻는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른바 '2세대 브랜드'라 불리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한 데다 개성을 추구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늘면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18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535억 달러(약 63조1800억원)로, 2012년보다 45% 성장했다. 이중 중국 30대 화장품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3.1%로, 2012년 12.9%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주춤했던 한국 화장품은 영향력이 감소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화장품 중국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이 지난해 발표한 중국 기초화장품 순위에서 한국 화장품은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대신 중국 브랜드 6개, 글로벌 브랜드 4개가 순위에 올랐다. 색조화장품 순위에서는 이니스프리가 5위, 미샤가 9위, 에뛰드하우스가 10위를 차지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메저차이나가 매긴 부문별 순위에서도 한국 화장품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로션과 에센스 부문에서 한국 화장품은 50위권에 들지 못했고, K-뷰티의 상징인 마스크팩과 BB쿠션 부문에서도 각각 3개, 2개 브랜드만이 이름을 올렸다.

한때 중국 여심을 사로잡았던 K-뷰티의 성장세가 둔화한 이유는 현재 중국 화장품 소비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의 소비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위챗,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상품의 정보와 후기를 공유하고, 뷰티 인플루언서(SNS 유명인) 왕홍이 추천하는 상품에 귀 기울인다.

해외여행 등으로 식견을 넓힌 주링허우는 주류를 따르는 대신 개성을 추구한다. 저가 화장품을 선호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럭셔리 브랜드와 온라인 시장에 관심을 두는 것도 차이점. 저가 화장품을 앞세워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이 주춤한 이유다.

퍼펙트다이어리는 아이돌 그룹 '낙화칠자 넥스트'의 멤버 주정팅을 립스틱 모델로 기용해 호응을 얻었다.

중국에선 최근 2년 사이 퍼펙트 다이어리, 홈페이셜프로(HFP), 라이트뮤직 등 자국의 신흥 화장품 브랜드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이 지난달 개최한 '618 쇼핑 페스티벌'에서 중국산 화장품 브랜드 183개의 거래량은 1000% 이상 신장했다.

여기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전통 복식과 화장법을 옹호하는 '한푸(hanfu)' 운동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중국 한방 재료를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 바이췌링(百雀羚·Pechoin)은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초화장품 및 색조화장품 브랜드로 선정됐다.

일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든 요인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15% 증가한 반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50% 감소했다. 그러는 사이 시세이도, 나스, 끌레드뽀 보떼, 코세 등 일본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졌다. 중국 젊은이들은 일본 화장품을 한국 화장품보다 더 고급스럽다고 여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7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했던 클리오(237880)는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 한 곳만 남기고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토니모리(214420)는 중국 법인 두 곳 중 한 곳의 문을 닫았다. 지난해엔 LG생활건강(051900)의 더페이스샵이 130여 개 달했던 중국 매장을 철수했다.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090430)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2.6% 하락한 127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중국 화장품 업계는 엄청난 속도로 선진국을 따라잡고 있다. 탄탄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K-뷰티의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