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유료방송 합산 규제 재도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또다시 미루면서 KT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T는 통신 3사 중 유료방송 시장 1위지만 케이블TV 인수를 통한 시장 재편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KT가 그동안 검토해온 케이블TV 업계 3위 딜라이브 인수를 아예 접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합산 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점유율 33.3%를 초과할 수 없게 한 방송법 조항이다. 지난해 6월 말 기한 만료로 효력을 잃고 자동 폐지됐지만, 일부 의원들이 바로 재도입 법안을 발의했다. 담당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해 11월 법안2소위에 법안을 상정한 뒤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전 '죽은' 합산 규제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시장에 영향을 주는 모양새"라고 했다.

국회 과방위 "다음 달엔 꼭 끝내"… 과연 이번엔?

국회 과방위는 지난 12일 법안2소위를 열고 합산 규제 문제를 다뤘지만, 내부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안2소위 위원장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1개월 뒤 다시 회의를 여는데, 그날은 어떤 일이 있어도 끝내겠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선 "재도입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아니라 과연 다음 달 결론이 날지 자체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그동안도 결론을 낼 듯하면서도 계속 끌어왔기 때문이다. 과방위는 지난해 11월 말 "최대한 빨리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가, 지난 1월 말에는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가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어떻게 강화할지 방안을 보고받아 본 뒤 다음 달 (합산 규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KT로부터 서면 보고서를 받고도 지난 2월과 3월은 국회 파행으로 아예 법안2소위를 열지 않았다.

"KT, 케이블TV 인수 접을 가능성도"

SK텔레콤은 케이블TV 업계 2위인 티브로드,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 인수 추진을 지난 2월 각각 발표한 뒤 현재 정부 부처들로부터 관련 심사를 받고 있다.

반면 KT는 합산 규제 부활 변수 때문에 케이블TV 인수에 본격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점유율이 31.1%인 KT는 만약 합산 규제(33.3% 초과 금지)가 부활되면 딜라이브(점유율 6.3%)는 물론이고 CMB(4.8%),현대HCN(4.1%) 등 다른 케이블TV 인수 추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는 작년 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투자자 전화 회의) 때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가, 올 초 국회 과방위로부터 "KT가 공공성이 중요한 위성방송을 이용해 시장점유율이나 높이려는 것이 맞는 거냐. KT에서 KT스카이라이프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인지 KT 관계자는 "국회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인수를 진행하지도 않을뿐더러 회사 내부에선 인수 얘기를 아예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눈치를 보느라 미리 인수 준비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합산 규제가 재도입되지 않더라도 KT가 케이블TV 인수를 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나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현 경영진이 수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케이블TV 인수를 결정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합산 규제가 자동 폐지된 지 1년이 넘은 데다 이미 다른 통신업체들이 케이블TV 인수에 나선 상황에서 KT만 차별하는 합산 규제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규제 재도입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