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7위 한화그룹이 방산, 화학, 금융에 이어 그룹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2015년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편입한 방산‧화학 계열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화그룹은 항공,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 찾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항공엔진 부품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한화시스템이 미국 PAV(개인형 항공기‧Personal Air Vehicle)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만에 미국 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3억2500만달러(3800억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6월 3억달러(35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업체인 'EDAC(이닥)' 지분 100%를 인수했다. 최근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항공 운수업에 뛰어드는 대신 항공엔진과 항공기계 등 첨단기술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NICE신용평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EDAC 인수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항공엔진부품 제품 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신규수주 증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은 미국 PAV 업체 'K4 에어로노틱스'에 2500만달러(300억원)를 투자하면서 항공전자 부품 등 새로운 사업 분야 모색에 착수했다. 협동로봇 제조기업인 한화정밀기계도 지난 2일 인도 대표 정보통신(IT) 기업 위프로(Wipro)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현지 공략에 나섰다. 협동로봇은 작업자의 업무를 도와주는 로봇으로 위험한 공정이나 반복 작업을 하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된다.
지난해 향후 5년간 2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한화그룹은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과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그룹 매출 규모를 2018년 70조원에서 2023년 10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항공기부품 등 방위산업, 석유화학, 리조트‧복합쇼핑몰, 태양광 등 기존 주력 사업뿐 아니라 협동로봇, 에어택시 등 신산업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금까지 공격적인 M&A로 사세를 확장해온 만큼 당분간 M&A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면서 본격적인 투자 행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초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이어 지난 10일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등 청와대에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사업 부문별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태국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해외시장 개척을 강력히 촉구했지만, 전사적으로 보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실 없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며 지속 성장을 이어가는 글로벌 경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발굴과 함께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지난 4일 방한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 대표 기업인들과 만나 AI 등 미래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 그룹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김동관 전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젊은 기업인들과 함께 하면서 차세대 재계 리더로 첫발을 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