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체감하는 국내 투자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본지가 상위 20대 그룹(공정위 집계 자산 기준)을 대상으로 현재의 경제·투자 현안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17개 그룹(85%)이 "작년 초와 비교해 투자 환경이 악화했다"고 답했다. "비슷하다"고 응답한 그룹이 3곳(15%)이었고 "호전됐다"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과 실업률 상승 등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절실하다. 정부도 기업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투자 환경은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대 그룹 중 '상반기 계획된 투자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이 8곳(40%)이었다. 상당수 기업이 6개월 전 계획도 집행하지 못한 셈이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노동 비용이나 신산업 관련 규제 등 투자에 가장 필요한 부분의 규제 합리화는 더디고,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되고 있다고 기업들이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최대 현안인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선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일본의 전략 소재 수출 제한이 '6~12개월'(40%) 또는 '1~3년'(30%)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고, '6개월 이내'라는 예상은 25%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