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포인트는 장부상 '빚' 분류...포인트 없애거나 혜택 축소
경영악화에 부채비율 급등…"기업 생존 위한 자구책"
과도한 혜택 축소는 고객 반감 불러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사들이 부채와의 전쟁에 나섰다. 부채비율이 급등하면 이자비용이 크게 늘고 각종 정부 기금을 받는 대상에서도 탈락해서다.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공하던 마일리지와 포인트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마일리지와 포인트는 이연수익이어서 장부에 부채(빚)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포인트를 빚으로 쌓아둔 기업 입장에선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잊어버리길 은근히 바랄수 밖에 없다. 포인트 소멸은 빚이 저절로 없어진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이다. 유통사들은 고객이 포인트를 최대한 사용하기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사들이 마일리지 충당부채를 줄이기 위한 각종 제도 변경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의 포인트 혜택을 축소해 빚을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이달 1일부터 매장에서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1500원당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1마일을 적립해 주던 혜택을 3000원당 1마일로 변경했다. 이마트24는 SSG페이로 결제하면 10% 할인해주던 것을 1+1 행사상품만 10% 할인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G마켓과 옥션은 고객이 상품평을 작성하면 주던 해피포인트 혜택을 지난 2월말 종료했다. 에뛰드에서 제공되던 해피포인트 사용과 적립 서비스도 지난 3월말 폐지됐다. SPC가 운영하는 샌드위치 전문점 리나스는 올 2월부터 해피포인트 골드 등급 이상 고객에게 주던 20% 할인 혜택을 폐지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기존 멤버십이었던 '홈플러스 훼밀리 카드'를 종료하고 새로운 '마이 홈플러스' 서비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멤버십 카드 포인트 적립률을 0.5%에서 0.1%로 낮췄다.

포인트 제도 변경 후 홈플러스의 빚은 얼마나 줄었을까. 홈플러스의 지난 3월말 기준 마일리지충당부채는 약 130억원 수준이다. 작년 3월말(180억원)과 비교해 50억원 가량 감소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에프앤비도 원래 결제금액의 일부를 포인트로 적립하고 현금처럼 결제할 수 있었으나 이 제도를 변경했다. 이 포인트는 지난 2월말을 기준으로 완전 소멸됐다.

대신 음료당 1개의 크라운이 적립되는 제도로 변경했다. 12잔을 마시면 아메리카노 1잔 무료 쿠폰을 주는 식이다. 유효기간은 1년이다. 포인트 제도를 없애자 할리스의 마일리지 충당부채도 감소했다. 2017년 7억원에서 작년말 2억원대로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9월 뷰티포인트 구매적립률을 기존 2%에서 1%로 낮췄다. 이벤트 포인트 유효기간도 최대 1년에서 3개월로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포인트 관련 부채(이연수익)는 약 530억원 수준이다. 이니스프리도 지난해 4단계의 회원 등급을 3단계로 변경하고 씨드(만원당 1개 주는 것)를 통한 혜택을 축소했다.

커피빈도 지난해 핑크카드 제도를 종료했다. 핑크카드는 10개를 찍으면 하나를 주는 쿠폰이다. 이 대신 퍼플카드를 도입해 충당부채를 감소시켰다. 2014년 약 5억원 수준이던 기타충당부채는 작년말 1억6000만원대로 감소했다.

성병수 가현회계법인 이사는 "최근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줄여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노력은 기업 입장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사들의 과도한 마일리지 축소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일리지 헤택을 축소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미 적립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부채가 없어져서 좋지만 고객들이 이런 마일리지나 포인트에 민감하기 때문에 과도한 혜택 축소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