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지난 1분기 역대 최고실적을 올린 LG전자 생활가전 사업부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악재에 울상입니다. 최근 신(新) 가전 라인 간판 제품으로 불리는 의류건조기 제품에서 ‘콘덴서 먼지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 문제점’ 네이버 밴드에 한 가입자가 올린 사진. 건조기를 분해해 콘덴서를 들어낸 후 나타난 물때를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건조기 논란의 핵심은 ‘자동세척 콘덴서’에 먼지와 물때가 끼어 건조 성능 저하와 악취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LG전자는 지난 9일 건조기 콘덴서에 대해 10년간 무상 수리·세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트롬 건조기 구매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는 10일 현재 가입자 2만 명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들은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된 콘덴서는 옷감에서 건조한 증기를 차갑게 식혀 물로 바꿔 배출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증기에 섞인 미세먼지가 쌓이게 됩니다. LG전자도, 타사 건조기도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점은 같습니다. 삼성전자 등 타사 제품이 수동으로 먼지를 털어내 줘야 하는 데 반해, LG전자는 자동 세척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건조 증기를 액체화한 ‘응축수’를 이용해 매번 콘덴서를 씻어줘, 번거로운 수동 세척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반발은 이 자동 세척 콘덴서에 먼지가 껴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시작됐습니다. LG전자는 자동 세척 기능을 도입하며 콘덴서 부분을 쉽게 열어볼 수 없도록 설계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안에 먼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동 세척 기능으로 먼지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먼지가 쌓이고 쌓여 건조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소비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자동 세척 기능이 악취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자동 세척을 위해 뿌려진 응축수가 제대로 건조되지 않아 물때가 껴 악취를 내뿜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네이버 밴드에 사용자들이 올린 건조기 분해 사진에선 콘덴서 하부에 낀 물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10년간 무상으로 콘덴서를 세척해주겠다는 LG전자 입장 발표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매번 수리 기사를 불러 콘덴서를 세척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건조기는 주로 세탁기 위에 올려 사용해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콘덴서가 뒷면에 달려 있어, 이를 뜯어내고 씻어내 재설치하는 데 2시간여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LG전자 트롬 건조기 구조도.

LG전자의 입장은 다릅니다. 콘덴서에는 일정 부분 먼지가 남을 수 있고, 이에 따른 성능 저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동세척·수동세척을 떠나 매번 사용할 때마다 청소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먼지는 남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먼지가 껴 있다 하더라도 건조 성능에 이상이 없도록 설계했다"며 "자동세척은 목표한 수준의 건조효율을 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기능"이라고 했습니다.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물때와 관련해서도 하자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배수에 문제가 있어 물이 고일 수 있겠지만, 자동세척 기능 자체의 결함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늘 새로운 응축수로 씻어내기에 배수만 잘 된다면 썩은 물이 고이지 않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가전업계는 이번 건조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자동 세척 콘덴서 건조기는 지난 3년간 14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리콜이나 추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안전 문제가 아닌 이상 리콜까지 가긴 힘들어 보인다"며 "LG전자 입장에서도 100만대 이상을 리콜하거나, 추가 배상안을 내놓는 선택은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LG전자와 소비자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니, 공은 한국소비자원으로 향합니다. 지난 9일까지 소비자원이 접수한 LG전자 건조기 관련 민원은 총 220여 건에 달합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LG전자 측과 협의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기능상 문제가 있는지 시험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