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글로벌 신평사, 韓 성장률 2.0~2.1% 전망
글로벌 IB 등 해외는 1%후반대 성장 전망 속출

무디스(Moody's), 피치(Fitch)에 이어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0.4%P(포인트) 낮췄다. S&P는 지난 4월에 한국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4%로 낮춘 바 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움직임이 한국의 성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초중반은 가능하다고 봤던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 전망이 2.0% 안팎으로 낮춰지는 분위기다. 1%대 성장 전망을 내놓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S&P는 10일 발간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0.4%P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5%에서 2.4%로 낮춘 성장률 전망치를 석달만에 또 2.0%까지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올해들어 세 번째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이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S&P는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해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이번 하향 조정으로 인해 무디스(2.1%), 피치(2.0%) 등과 눈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게 됐다.

속이 텅빈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울산 울주군 온산항 수출 터미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이유로는 투자 부진과 취약한 노동시장 등이 언급됐다. S&P는 "전자 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재고 수준과 세계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 고조가 생산과 민간 투자에 계속 부담을 줄 것"이라며 "노동 시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해 소비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P는 이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5.2%에서 5.1%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 둔화가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고, 이 중에서도 한국이 받을 타격이 가장 심각할 수 있다는 게 S&P의 시각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성장세를 제약할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S&P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1.1%, 1.5%로 제시했다.

특히 S&P는 최근의 성장 약화 흐름이 주요 한국 기업들의 신용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S&P는 이날 '높아지는 신용 위험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가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나타났으며, 향후 12개월간 한국 기업의 신용도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60%, 69% 감소했다"면서 "수출의존형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정유·화학 산업은 향후 1∼2년간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 기업이 영업 현금흐름 감소세에도 자본투자와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공격적인 재무 정책을 도입해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S&P의 이번 전망 하향은 최근들어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지난 8일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8%로 0.4%포인트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1.7%에 불과했다. 지난달 말 씨티(Citi)와 골드만삭스(GS)는 2.1%로 JP모건은 2.2%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노무라(1.8%), ING그룹(1.5%) 등은 1%대를 전망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움직임이 겹쳐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시각이 강해지면 투자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 자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