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엘시티(411m), 서울 여의도 파크원(333m) 같은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를 고강도·고압력 수송관을 통해 건물 최상부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쏘아올리는 공정이 중요하다. 콘크리트 이송 과정에서 관 내부 압력이 너무 높아지거나 콘크리트가 굳는 문제가 발생하면 공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현장에서는 문제가 생긴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유선 압력 센서를 파이브 관 내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초고층 건물 공사에서는 수백m에 달하는 콘크리트 수송관에 유선 센서를 일일이 설치하기가 번거로운 데다 유지 관리도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사물인터넷기술(IoT) 기반 현장 안전 관리 시스템은 건설 현장에 설치된 센서와 근로자 안전모에 장착된 블루투스 기술 인식 장비를 통해 근로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고 구간 접근을 통제할 수 있다(왼쪽 사진). 롯데건설 임직원이 가상현실(VR)을 통해 건설 현장의 임시 가설물과 발판이 붕괴, 추락하는 상황을 간접 체험하는 안전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건설은 최근 중소기업인 KTMG, 명지대 토목공학과와 손잡고,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콘크리트 압송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파이프 길이 약 80m마다 관 내부에 삽입된 무선 압력 센서와 관 외부에 부착된 수송기가 콘크리트가 이동 중인 관 내부 압력, 속도 등의 수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포스코건설은 이 기술을 국내 최고 높이의 전망타워로 건축할 예정인 높이 448m의 인천 청라시티 타워 건설에 적용할 방침이다.

◇사물인터넷, 드론, VR 등 첨단기술 확산되는 국내 건설 현장

국내 건설 현장에서 4차 산업 관련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건설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 건설이란 건설 과정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부문에 걸쳐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융합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건설 공사의 기초 단계인 측량에서는 드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람이 GPS를 기반으로 한 측량 장치를 이용하는 기존 방식에 비하면 고해상도의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은 측량의 정밀성과 작업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 드론인 V-TOL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건설 현장에 투입했다. 비행기처럼 양쪽 날개가 달린 모양의 이 드론은 이착륙을 위한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 없어 다양한 현장에 활용될 수 있고, 최대 시속 108km의 속도로 1시간 30분간 날아다니면서 비교적 큰 면적의 부지도 신속하게 촬영할 수 있다. 드론이 촬영해온 현장 자료를 3차원 모델로 변환해 현실의 모습과 흡사한 지형도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기존 측량 드론과의 차별점이다. V-TOL은 지난 1월 280만㎡ 면적의 경북 경산지식산업단지 부지 위를 약 3시간 동안 비행해 측량을 마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8명의 측량사가 일주일은 걸려야 할 작업을 드론 한 대가 3시간의 비행으로 해낸 셈"이라며 "3차원 지형도 모델링도 일반적으로는 짧게는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릴 일이지만, 드론을 통해 자동 변환하니 6일 만에 완성됐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예방에도 IoT, VR 적용

건설 현장 안전 관리에서도 스마트 건설이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IoT 기술 기반의 현장 안전 관리 시스템인 '하이오스'를 구축해 현재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부지 개발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하이오스 시스템은 건설 현장 곳곳에 설치된 각종 센서가 정보를 수집해 통합 플랫폼에 전송하면 시스템에서 위험 여부를 판단해 근로자와 관리자에게 경보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사고를 예방한다. 근로자 위치 확인, 타워크레인 충돌 방지, 가스 농도 감지, 풍속 감지, 흙막이 가시설 붕괴 방지 등이 가능하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말 서초구 잠원동 본사 지하 대강당에서 임직원들에게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추락, 감전, 화재 등 각종 건설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체험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VR 헤드셋을 쓴 체험자가 누전차단기와 스마트 장갑을 활용해 실제 작업 중 감전되는 상황을 체험하거나, 발판이 실제로 내려앉도록 한 장치를 통해 임시 가설물과 발판이 붕괴, 추락하는 사고를 간접적으로 느껴 보도록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장감 있는 사고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도록 해 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들이 글로벌 건설시장 선도를 위해 건설 스마트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토부도 지난해 11월 스마트 건설 기술 로드맵을 통해 정부 차원의 육성,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법 제도와 세부 정책을 마련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