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정치인의 몫, 우린 한국 사람·문화 좋아해"
한국인 반일운동은 안타까워...조속히 해결되길

6일 도쿄 아오야마 거리에서 만난 일본 빅이슈 판매원. 한국 배우 지창욱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신간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 후 한국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번지는 등 한일 갈등이 악화되고 있지만, 일본 현지의 반응은 차분한 모습이다.

6일(현지시각) 도쿄 신오오쿠보역 인근 한류 거리는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찾는 일본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한국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한국의 화장품과 K-팝에 관심이 많아 놀러 왔다"면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고, 나는 한국 사람과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아카사카 식당 종업원 나오(22) 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한국어로 "한국인이냐?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라며 반겼다. 그는 한국풍 화장과 패션을 즐기고 한국인이 주로 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app)인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했다.

롯폰기힐스에서 만난 마츠코(44) 씨는 "예전에는 일본이 한국에 상품과 문화를 많이 수출했지만, 이젠 한국의 대중문화와 화장품이 일본에서 인기를 끈다. 지금의 일본과 한국은 우호적인 라이벌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 갈등에 대해서는 "일하느라 바빠 TV 볼 시간이 없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 양 국민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직장인 나오미(30) 씨는 뉴스를 봤다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치 문제로 관계가 흐트러지는 건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6일 도쿄 신오오쿠보 한류 거리,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즐기려는 일본인들로 북적인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층 사이에선 의견이 갈렸다. 한국을 왕래하며 무역업을 하는 츠토무(50) 씨는 이번 사태가 "문재인 대통령을 견제하는 아베의 정치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투개표를 앞두고 아베 정부가 보수층을 잡기 위해 내린 조치라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도 한일 관계가 안 좋던 시절이 있었지만, 사업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이번에도 양국 정부가 잘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시모토(48) 씨는 "이번 경제 규제는 그동안 한국을 우대해 온 수출 업무 수속을 타국과 동등하게 처리한 것이기에 문제 될 것 없다"라고 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서도 "한국 국익에 맞는 대 일본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인 겐지(54) 씨는 "외교 갈등으로 인해 일본인들 사이에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모두 인터넷상의 설전(舌戰)일 뿐이다. 오프라인의 사람들은 전혀 그런 마음이 없다"라고 했다.

한편,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0년째 도쿄에서 살고 있는 양정아(37) 씨는 "한일 외교 갈등이 빚어질 때면 마음이 불안하다"면서 "일본인들은 대체로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갈등이 지속된다면 한국인을 보는 시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로 생각한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