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제조업 근로자 1.2~1.5% 줄 때 50대 3.6%·60대 10.9% 늘어
20대 신규 취업자 숙박음식·도소매로...공공행정 일자리 0.3만명 그쳐

지난 1년간 제조업 취업자 증감을 연령별로 따져본 결과 20~40대는 가파르게 감소하고,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이 그만큼 늙은 셈이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울산, 경상남도, 충청남도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 강하게 나타났다. 그 동안 지방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왔던 제조업이 이제 예전과 같은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의 한 기계 공장.

7일 한국고용정보원이 전국 고용보험 가입자를 집계한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2019년 5월 제조업 종사자(고용보험 가입자 기준)는 360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360만명) 대비 9000명 늘어났다. 비율로는 0.2%다.

그런데 연령별로 따지면 20~40대 제조업 종사자는 감소한 반면, 50대 이상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대는 전년동기대비 1.2%(7000명), 30대는 1.5%(1만5000명), 40대는 1.4%(1만5000명)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50대는 3.6%(2만8000명)이 늘었고, 60대 근로자는 증가율이 10.9%(2만명)에 달했다.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이하 취업자는 총 4만명(10대 포함)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 장노년층 취업자는 4만9000명이 늘었다. 공장에서 젊은 근로자는 빠져나가고,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형국이다.

이러한 경향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고용보험 가입자 가운데 제조업 종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울산(48.0%)의 경우 20대 제조업 취업자는 4.3%(800명), 30대는 2.6%(1000명) 줄었다. 40대는 전국 평균보다 약간 적은 1.1%(400명)가 줄었다. 50대는 1.6%(700명), 60대는 13.2%(1000명)가 각각 늘었다.

전국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제조업 취업자 비중(43.6%)이 높은 경남의 경우 20대는 2.6%(1100명), 30대는 2.4%(2300명), 40대는 1.1%(1000명)씩 감소했다. 반면 50대의 경우 4.0%(3200명) 늘어났고, 60대도 11.6%(22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높은(43.2%) 충남의 경우 20대는 2.8%, 30대는 1.6% 제조업 종사자가 줄었다. 40대는 1.1% 늘었고 50대, 60대 종사자 증가율은 각각 4.4%와 8.5%였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제조업체들이 신규 인력을 뽑지 않고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50대 이상 장노년층만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김준영 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40대 이하 취업자는 줄고 50대 이상은 느는 노동력 고령화 현상이 제조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제조업은 대공장 등에서 신규 채용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속도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 울산 공장 근로자는 3만5000명 수준인데, 그 가운데 절반인 1만7500명이 2025년까지 정년(만 60세)를 맞는다. 현대차는 그 동안 신규 채용을 극히 꺼려왔다. 강성 노조 탓에 인건비는 비싸고 생산 효율은 낮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 울산 공장의 편성 효율은 55%(10명이 할 일을 20명이 한다는 의미)에 불과한데 현대차 해외 공장의 편성 효율은 90%에 달한다.

두 번째는 불황으로, 50~60대 여성들의 저임금 취업이 늘어난 것이다. 불황으로 소득이 줄어든 가장(家長)을 대신해 노동시장에 나온 장노년 여성들이 제조업에서도 일자리를 찾았다는 얘기다. 김 팀장은 "제조업이라도 식품, 의류 등 여성 노동력 비중이 높은 업종이 있다. 단순 미숙련 업무에서는 장노년 여성이 취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20~40대들이 갈만한 일자리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기 쉬운 젊은 사람들이 공장을 떠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5월 발표한 ‘고용위기산업의 일자리 이동’ 보고서에서 전북 군산 내 자동차 업종 종사자 추이를 연령별로 분석했다. 2018년 기준 15~29세 종사자는 2012년 대비 76.2%가 줄었고, 30대 종사자도 41.4% 감소했다. 반면 40대 종사자 감소폭은 28.3%에 그쳤다.

한편 올해 20대 취업자를 업종별로 나눠보면 취업자수는 3.8%(8만5000명) 늘어났다. 그런데 늘어난 취업자 가운데 34.3%에 달하는 2만9000명이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나왔다. 그 다음으로는 ‘도소매업(16.5%·1만4000명)’이었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15.1%·1만3000명)’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자리안정자금 등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들 때문에 영세한 숙박음식, 도소매업에서 20대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20대 취업자 증가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역점을 둔 공공부문 일자리의 경우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9000명(10.7%), ‘공공행정 및 국방’이 3000명(3.3%) 늘어난 수준이다. 공공부문 발 20대 취업자 증가폭을 따져보면 1만명대에 불과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