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소재 수출 규제 목록에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소재를 포함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2030년까지 메모리·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두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이날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가지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이 중 하나인 포토 레지스트(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는 총 5가지 세부 분류로 나눠 규제 대상에 올랐다. 여기엔 1㎚(나노미터·10억분의 1m)~15㎚ 파장 빛에서 사용하는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가 포함됐다. 이 소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최첨단 공정에 꼭 필요하다.

파운드리 사업은 다른 회사가 만든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생산해 납품한다. 회로 선폭이 얇을수록 원가가 낮아지고 성능도 좋아진다. 삼성은 올 4월에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1위인 대만 TSMC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공정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때 JSR·TOK 등 일본 업체의 극자외선용 레지스트를 사용했다. 현재 삼성은 이 기술을 앞세워 퀄컴·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의 물량을 수주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한 달치의 EUV용 포토 레지스트 재고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출 규제 탓에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EUV용 레지스트는 미국 화학사도 일부 생산하지만, 일본 업체의 기술력이 훨씬 높다. 일본은 또 EUV 공정보다 더 작은 단위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광원인 전자빔·이온빔용 레지스트도 규제 대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