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자정에 개회해 심야 회의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3일 오후 5시에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회의를 진행하다 아예 새벽까지 회의를 이어가기 위해 4일 열기로 한 회의를 자정에 개최해서 새벽 2시까지 이어갔다.

노동계는 올해(8350원)보다 19.8% 오른 1만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고, 경영계는 올해보다 4.2% 낮은 8000원을 주장하고 있어 입장차가 크다. 사용자 측이 '마이너스 인상률'을 요구한 것은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 노동계도 긴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노동계, 공익위원 장외 압박까지

노동계는 장외 압박 전술까지 동원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숙대 정문 앞에서 지난 2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권순원 교수님,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임금이 필요합니다'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시켜 달라"고 권 교수를 압박했다. 그는 9명의 공익위원 가운데 간사를 맡고 있다. 공익위원인 전인 영남대 교수, 윤자영 충남대 교수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들로부터 "최저임금위에서 노동자 목소리를 꼭 반영해 달라"는 편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가 사용자 단체가 아니라 공익위원 개개인을 상대로 이런 식의 압박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사 양측을 중재해야 하는 공익위원들이 압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보이콧(회의 거부)으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나 올랐다"면 올해는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영계 보이콧 불사 등 강경한 입장

최저임금위는 오는 9일 회의를 다시 열 예정인데 노사 양측에 수정안을 만들어서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노동계 관계자는 "1만원과 8000원으로 평행선을 이어가면 협상이 정말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은 지난달 27일로 이미 지났다. 다음 달 5일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기한이라 이달 중순에는 결론이 나야 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1만원'은 한국 경제의 체력이 버틸 수 없는 금액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계 주장대로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전체 임금 근로자 3명 중 1명의 임금을 올려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19.8% 인상될 경우 이에 따라 임금이 올라야 할 근로자는 총 664만676명이다. 전체 근로자의 33.1%로, 근로자 3명 중 1명의 임금이 올라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임금 부담은 31조7524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