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델·HP·아마존 등 미국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공장의 동남아시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차이나 엑소더스(탈출)'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다음 주부터 무역 협상도 재개하기로 했지만 미국 기업은 오히려 중국 탈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경제 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는 3일 "세계 1·3위 PC 업체인 델과 HP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노트북 물량의 30%를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노트북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회사는 중국 충칭·쿤산의 공장에서 연간 7000만대의 노트북을 만든다. 이 중 2000만대 이상을 대만·필리핀·베트남·태국 등지로 옮겨 제조하려는 것이다.

노트북뿐만 아니라 가정용 게임기(콘솔), 인공지능(AI) 스피커, 전자책 단말기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한발 빼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AI 스피커 '에코'의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길 계획이다. MS도 중국에서 생산하던 가정용 게임기인 엑스박스와 AI 스피커 '코타나'를 인도네시아·태국에서 제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 스피커 '구글 홈'을 중국에서 만드는 구글도 현지 생산 물량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을 위탁·제조하는 협력사인 폭스콘에 중국 생산 설비의 30%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할 시 필요한 비용 산정을 요청했다.

탈(脫)중국의 배경엔 관세의 급등 위험성이 있다. 다음 주로 예정된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은 중국산(産) IT 기기에 25%의 고관세율을 부과할 계획이다. 중국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 등 중국 내 생산 비용 증가도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