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상장사인 한국전력공사를 정부의 소유물로 여겼다. 한전이 대통령 공약 이행, 정책 목적 달성에 이용돼 한순간에 흑자회사에서 적자회사로 변했다."(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

한국전력(015760)공사 소액주주들이 4일 문재인 대통령을 강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 주가가 2016년 6만3000원대에서 2만5000원대로 떨어지자 정부와 한전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해왔다.

장 대표는 "한진가 모녀가 대한항공을 마치 개인 소유물로 인식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했는데, 한전 또한 대주주인 정부의 정책 목적 때문에 희생물이 됐다"고 말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문 대통령을 소송 대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소액주주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행동하는 자유시민’과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으로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강요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 백승재 변호사와 이언주 의원이 함께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한국전력공사에 배임 행위 강요말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소액주주들과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기자회견 후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소액주주들은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을 포함한 한전 이사진, 권기보한전 영업본부장을 상대로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소액주주들은 한전에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촉구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를 회사가 이행하지 않으면 주주대표소송으로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소액주주들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지난해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부담한다고 해놓고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 △지난달 28일 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되는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의 이사회 가결 △한전의 800억원 상당의 평창 동계올림픽 후원 △5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한전공대 설립 등을 언급했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 행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소송을 대리할 백승재 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이사 겸 변호사.

◇"대통령 재임 중 소추 불가능해도 퇴임 후 책임 물을 것"

소액주주들은 특히 문 대통령의 경우 한전공대 설립, 지난해 여름철 누진제 완화 정책, 평창올림픽 후원 등을 강요한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백승재 변호사는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안 등을 조속히 확정해 시행해달라고 발언했고, 결국 한전은 3000억원의 손해를 입었음에도 353억원만을 정부로부터 보전받았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또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한전에 5000억원이 투입되는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부지 확정 등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2017년 7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G-200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올림픽 후원이 조금 부족하다는데 공기업들이 마음을 조금 더 열어주길 바란다’고 했는데, 이는 한전 사장에 업무상 배임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사건과 동일한 지위에 있는 문 대통령 입에서 나온 요구는 거부하기 어려운 강요"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백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가능하지 않은 것이지 조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는 소추가 가능하지 않더라도 정부에 한전공대 설립·평창올림픽 후원에 대해 퇴직 후에라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한전소액주주들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측,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을 포한한 회사 이사진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왼쪽 세번째부터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 백승재 변호사, 이언주 의원, 조혜선 천지원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 총리·산업부 장관 및 실장·한전 사장 및 이사진 줄줄이 고발

소액주주들은 이낙연 총리의 경우 김종갑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2022년까지 전기요금 상승요인이 없다고 발언해 사실상 요금을 인상하지 말라는 일종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총리가 2017년 7월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관련 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어, 한전 사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기업의 적극적인 후원도 강요했다고 했다.

전·현직 산업부 장관은 한전에 2018년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3600억원)을 강요한 뒤 353억원만 보전받게 했고,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한전 사장의 발언 후 언론을 통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예정하지 않다’고 말해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소액주주들은 주장했다. 또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에 대해서는 누진제 행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견해를 표명하며 한전 이사진과 영업본부장에 업무상 배임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김종갑 한전 사장에 대해서는 한전공대 설립, 평창올림픽 후원, 2018년 여름철 한시적 전기요금 할인, 지난달 28일 여름철 누진제 완화안으로 회사에 1조1647억원 이상의 손실을 야기한 점을 지적했다.

한전 이사진들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 개최 동참을 명목으로 400억원(전력그룹사 총 800억원의 50% 부담)을 의결한 점, 2018년 여름철 한시적 전기요금 할인을 의결한 후 보전받지 못한 손해가 3247억원에 달하는 점, 지난달 28일 매년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여름철 누진제 완화안을 의결한 점을 언급하며 회사에 6647억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의 경우 2016년 6만3600원이던 주가가 2만5000원대로 하락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구매비용 급증이 예상됐음에도 전기요금 원가 재산정을 하지 않아 2017년과 2018년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업무상 배임혐의가 있다고 했다.

◇ "상장된 공기업 부실 야기하는 것은 범죄행위"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대신 발전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을 늘린 것이 원인이다.

이언주 의원은 "한전은 정부가 소유한 공기업이 아니고 상장된 기업인데 (정부가 적자를 야기시키는 것은) 어마어마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이 의원은 "발전원가는 탈원전 때문에 올라가는 데 결국 (정부는) 한전을 쥐어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며 "전기요금 폭등, 주식의 휴지 조각화 등 결국 국민들만 손실을 볼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조혜선 천지원전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돌려막기식으로 국민에 최종 부담을 넘기고 있다"며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