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A시장에 아시아나항공(020560), 웅진코웨이, 대우건설(047040)등 대기업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증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잘 팔릴지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이 이달 내 매각 공고를 낼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2.15% 오르는 데 그쳤고, 이날 장 초반 현재 1~2% 내리고 있다. 지난 3월 말 매각 기대감이 처음 나왔을 때는 4040원에서 9450원까지 급등했는데, 당시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웅진코웨이도 마찬가지다. 웅진코웨이는 지주회사인 웅진(016880)이 유동성 위기 때문에 웅진코웨이를 3개월만에 재매각할 것이라고 처음 밝힌 지난달 27일에는 3.20% 올랐지만 그 다음날 곧바로 7.75% 급락했다. 현재 주가도 7만6000원대로 당시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0일 산업은행이 지분 50.75%를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긴다고 공시하면서 매각이 재추진될 것임을 알렸다. 하지만 주가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 공식화한 다음날 1% 남짓 오르기는 했지만 곧바로 다시 하락하면서 현재 주가는 공시가 나오기 전보다 하락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연초와는 다르다. 당시만 해도 매각이 공식화되면 대기업이라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CJ헬로는 작년말 6000원대였던 주가가 매각이 공식화되면서 지난 2월 8일 한때 1만2750원까지 치솟았다. 동부제철또한 산업은행이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지난 1월 4일 14.03% 급등했고, 7일과 8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작년 말 6420원이었던 주가가 한때 1만5550원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연초에 비해 현재는 증시 분위기가 어두운 데다, 매각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뚜렷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대우건설은 이미 몇차례 M&A에 실패했다.

웅진코웨이는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로 꼽히지만 가격이 변수다. 웅진그룹은 최소한 3개월 전 인수가만큼은 받아야 매각의 실익이 있는데, 주가가 당시보다 크게 하락해 매각 유인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웅진그룹이 차입금 상환 및 이자비용을 건지려면 매각가를 2조원가량은 불러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40% 이상 얹어 주당 10만원대 중반 가격 이상에 팔아야 하는데, 현 주가는 7만원대에 불과하다.

실패 사례도 나왔다. 올해 M&A시장 최대어였던 넥슨이 이미 매각을 포기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해 있는 넥슨은 연초만 해도 1400엔대였다가 매각 기대감에 3월 한때 1800엔 턱밑까지 올랐고, 현재는 1500엔대에 거래 중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가 많으면 주가가 오르기 마련인데 최근엔 설령 경쟁이 붙었다 하더라도 '못 사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어느 산업이든 고성장이 어렵고, 사모펀드 중심으로 M&A시장이 전개되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