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산과학원이 관리하는 경남 하동 앞바다의 숭어 양식장에서는 치어를 방류할 때와 출하 때를 제외하면 좀처럼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을 대신해 첨단 기술이 숭어 키우기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서다. 숭어가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려면 매번 뜰채로 들어 저울에 달거나 눈대중으로 살펴야 했지만, 여기선 수중 카메라인 '어체측정장치'가 물고기의 길이를 파악해 무게를 추산한다. 이를 토대로 '먹이공급장치'는 사료의 양을 자동으로 정한다. '양식장 환경측정센서'를 통해 수온·염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무인 잠수함 격인 '수중 드론'은 그물이 파손됐는지 확인한다. 그물망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는 '그물망 청소 로봇', 숭어를 크기별로 다른 가두리로 옮기는 '어류 선별기'도 곧 도입 예정이다. 이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태블릿PC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양식장이 진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자동화된 스마트 어류 양식 기술의 등장 덕분이다. 이동길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스마트 양식 기술을 통해 적조·고수온 등 자연재해에 대해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고, 인건비는 30% 이상 절감되고 생산성은 20% 이상 증가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 장치가 기계학습을 해 최종적으론 AI(인공지능) 양식장이 태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산물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어획량은 계속 감소하면서 스마트 양식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첨단 양식장 구축을 위한 글로벌 수산 강국들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연어 왕국' 노르웨이에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듯 각각의 연어도 인식하는 '연어 여권(Salmon Passport)' 시스템도 개발됐다. 연어는 눈·아가미 주위에 있는 점의 분포 형태가 각각 다른데, 이를 3D(3차원) 레이저 스캐너로 인식해 연어 개체를 구별한다. 대서양 연어의 경우 '바다 이(lice)' 감염으로 집단 폐사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술을 이용해 감염 연어를 조기 격리하면 폐사율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

어촌의 고령화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선 통신·전자업체가 나서 스마트 양식 시스템을 내놓기도 한다. 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도코모는 지난해부터 해수면의 부표에 센서를 달아 해수의 온도 및 염도를 측정해 이를 어부들의 스마트폰에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부의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로 최적의 조업 장소와 환경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전자업체 NEC는 화상인식 기술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접목해 어종별로 그 특징을 자동으로 추출, 무게를 추정하는 기술을 내놨다. 일반 양식장에서 생선 70마리의 무게를 측정하는 데 1시간이 걸렸다면, 이 기술로는 수백 마리도 10분 만에 측정이 가능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양식장의 보급률은 2017년 기준 2.5%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2030년까지 1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