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계절적 성수기인 3분기(7~9월)가 시작되면서 미주 노선 운임이 급등했다. 특히 내년 1월 시행되는 환경규제를 앞두고 대규모 폐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해운 장기 불황이 끝날 기미가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3일 상하이항운교역소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주 서안으로 가는 해상 운임은 6월 21일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382달러에서 6월 28일 1720달러로 24.4% 올랐다. 아시아와 미주 동안 노선 운임도 1FEU당 2404달러에서 2789달러로 16% 상승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성수기를 앞두고 일괄운임인상(GRI)을 통해 운임 인상을 이뤄낸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등으로 소비가 급증하는 연말을 앞두고 물동량이 늘어나는 3분기를 전통적 성수기로 본다.

선사들은 화주를 상대로 수시로 운임 인상을 시도하지만, 화주가 받아들이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물량이 늘어나는 3분기에는 배에 물건 실을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화주들도 더 비싼 운임을 지불하더라도 물건을 실어 운임이 오른다. 이 때문에 3분기가 시작되는 7월마다 운임이 급등했다가 조금씩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2020년 1월부터 환경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규제를 충족하려면 값비싼 저유황유를 써야 하는데, 경제성이 떨어지는 노후 선박들이 조기 폐선될 가능성이 크다. 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장치를 설치하는 2~3개월 동안 운영이 중단되는 만큼 공급 축소도 예상된다.

글로벌 선사들도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해 임시 결항, 노선 구조조정 등을 통한 공급 조절에 나섰다.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대만 에버그린 등으로 구성된 해운 동맹체 ‘오션얼라이언스’는 미주 서안 노선에 이어 유럽 노선에서도 일부 임시 결항을 진행한다. 나머지 해운 동맹체인 2M과 디얼라이언스 등도 미주 노선에서 결항을 했다.

운임 회복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CMA‧CGM은 지난 6월부터 일부 노선에서 1TEU당 1000~1400달러 수준의 품목무차별운임(FAK)을 받고 있다.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독일 하팍로이드도 유럽 노선에서 FAK를 도입했다. 현대상선 등도 일부 노선에서 유류할증료를 받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는 환경규제로 인해 선박의 조기폐선, 스크러버 설치 등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공급이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며 "길었던 해운 불황이 이번 성수기를 기점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