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코크스1공장에서 정전이 발생해 5개의 고로를 비롯한 설비의 가동이 중단됐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시설도 함께 멈췄다. 유해가스가 가득 차 폭발할 위험이 고조됐고, 비상발전기로 가동된 안전밸브가 열려 검은 연기와 불꽃이 솟구쳐 나왔다.

24시간 쇳물을 달궈야 할 고로는 하루가 지난 2일이 되어서야 정상화될 수 있었다. 포스코 측은 "조업차질에 따른 피해액은 40억원 정도였다"며 "생산 감소분도 올해 예정된 증산 계획을 통해 만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남 광양시 태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정전이 발생해 굴뚝에 설치된 안전장치인 블리더(bleeder)가 열리면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와 정부 당국은 포스코의 발표가 사고 상황을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단순 정전사고로 공장이 통째로 멈춰 서는 것은 포스코 수준의 제철소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로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이 포스코가 발표한 40억원이 아니라 그 10배인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진의 안전 및 방재시스템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정전사고와 관련된 의혹을 살펴봤다.

① 비상발전기 용량 부족했나

포스코 광양제철소 코크스 공장 정전 사고는 1일 오전 9시 11분 발생했다. 포스코 측은 "제철소 내부의 변전소 차단기 수리 작업 중 누전으로 정전 사고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비상 발전기가 가동됐지만, 공장의 전력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전밸브인 '블리더' 개방에 필요한 전력만이 공급됐다. 전기 공급은 30분 후 재개됐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비상 발전기가 작동을 안 했거나 전력 공급이 부족했다는 의혹을 쏟아냈다.

일부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광양제철소의 비상발전량이 충분치 않았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제철소는 신체와 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운영된다"며 "한군데만 작동하지 않아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 전체를 복구할 수 있을 만큼의 비상발전기 용량을 마련해놓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전 사고를 종종 목격하긴 했지만, 고로를 휴풍(쇳물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것) 상태로 전환하고 통제불능이 될 정도로 영향이 컸던 사례는 국내에서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비상 발전기는 평시와 동일하게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하는 게 아니고 안전장치 등을 작동시킬 수 있는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② 유해가스 방출 논란

정전 사고 조사에 나선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포스코가 유해가스 무단 배출로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한경동 환경관리과 과장은 "포스코가 '플레어 스택(가스를 태워 독성 등을 없애 대기 중에 내보내는 장치)'을 통해 배출됐어야 할 유해가스가 다른 경로로 배출됐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정전으로 코크스로가 멈추면서 고온 상태인 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순식간에 가스가 플레어 스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차오른 것"이라며 "이 때문에 독성을 없애지 못한 채 블리더를 열어 가스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플레어 스택을 거치지 않고 유독물질을 배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플레어 스택을 거치지 않고 가스를 유출한 것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광양제철소로부터 사고원인과 가스 발생량 등 보고서를 받는 데로 환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③ 변전소 정전 사고 원인은

한경동 과장은 포스코의 정전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해명의 오류도 지적했다. 한 과장은 "변전소 수리 도중이 아니라 수리 준비 작업 중에 정전이 발생한 것이 현장조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수리하기도 전에 이미 정전이 발생했다는 것으로, 수리 작업이 정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광양 지역에서는 광양제철소 변전소 설비가 연식 15년을 넘긴 노후 설비였다고 주장하며 정전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철소 측이 노후화된 설비 교체를 지연하면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녹색연합 측은 "광양제철소가 수십 년 동안 원가절감을 외치며 경제적 이익에만 몰두하여 환경설비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시민단체인 광양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사고가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백성호 광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변전소 운영을 맡은 협력업체들이 실수했을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며 "경영진의 안전 및 방재시스템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변전소 연식 등 구체적인 정전 원인에 대해서는 합동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④ 피해액 40억원 vs 400억원

포스코는 지난 2일 광양제철소 고로 5기의 재가동을 알리면서 "이번 정전으로 인해 쇳물 약 5만t의 생산 감소가 발생하였으나, 철강 반제품(슬라브) 재고가 충분해 제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정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따른 손실을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약 4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40억원이 설비 감가상각비, 정비에 투입된 인건비 등 고정비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피해 추산액이 축소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사고로 생산하지 못한 쇳물 5만t을 열연제품 가격(t당 72만~74만원)으로 환산하면 대략 400억원 수준이라는 까닭에서다. 업계에서는 고정비에 포함된 고로 긴급정비 인건비도, 예정된 정비 보수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 증가에 한몫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광양제철소가 약 45만t 규모의 조강 증산을 계획하고 있어 이번 정전에 따른 감산량은 연말까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도 이같은 설명이 타당하다고 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휴풍으로 생산량이 부족하면 재가동 이후 하루 생산량을 10%가량 더 늘리는 식으로 메우게 된다"며 "고로 재가동에 하루를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