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건강악화로 서울아산병원 입원...3일 케모포트 시술
지난달 15일부터 식사량 줄어...주치의 권유로 약물 주입 결정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99)이 케모포트(중심정맥관) 시술을 받는다. 최근 불안증세를 보이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케모포트 시술을 통해 영양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케모포트는 약물 주입과 수혈, 채혈을 위해 체내에 삽입된 중심정맥관으로 약물이나 영양공급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된다.

지난 5월 중순경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자신의 집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덤벨을 들고 있다.

조선비즈는 2일 저녁 서울아산병원 18층 VIP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병실을 찾았다. 워낙 고령인데다 2010년부터 치매 치료제인 아리셉트(Aricept)를 복용해 온 상황이라 신 명예회장의 병세(病勢)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신 명예회장의 주민등록상 나이는 올해 97세이지만 실제로는 1921년생으로 올해 백수(白壽·99세)다.

병실은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접근이 쉽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의 병실 밖에는 이름표도 붙어있지 않았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병원측에서 이름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병실 크기는 일반병실(1인실) 보다 2배 정도 넓었으며 의사 처방에 맞춘 개별 식단이 제공됐다.

이날 신 명예회장의 병실에는 장녀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딸 장윤선 롯데호텔 전무가 다녀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하루 뒤인 3일 오전 8시 40분 병문안을 했다.

오후 9시쯤 신격호 명예회장의 병실에 들어서자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아내인 조은주씨가 있었다. 조선비즈는 30분후인 9시반쯤 어렵게 신동주 회장을 만나 신격호 명예회장의 병세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신 회장은 "아버지가 잠실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에서 소공동으로 이사하기 전인 지난달 15일부터 식사량이 줄기 시작하셨다"면서 "영양분 보충을 위해 3일 케모포트 시술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시술이 지금 당장 필요한건 아니지만 건강하실때 받는게 좋겠다는 주치의 권유로 결정하게 됐다"며 "(건강을 위해) 평소 트레이너를 불러 집에서도 덤벨을 들고 한시간 정도 운동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2일 밤 9시 30분에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신동주 회장.

신 명예회장은 최근 법원의 거처 이전 결정에 따라 지난 6월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에서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거처를 옮기기 전부터 식사를 줄여 기력이 쇠약해졌고 병원 입원 직후 링거(영양제)를 맞았다.

신 회장은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그는 "제가 어릴적엔 매우 상냥한 모습으로, 일을 가르치실 때는 매우 엄격한 분으로 기억한다"며 "앞으로 계획은 아버지를 위한 길이라면 어떤 일이든 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그룹을 만든 장본인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을 중심으로 화학, 호텔, 테마파크, 금융 등 전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혀 롯데를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