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료·용품 유통 시장을 두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갈등을 겪고 있다.

중소 반려동물 매장은 신세계, 롯데그룹 등 유통 대기업이 시장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통 대기업은 중소 반려동물 매장의 고객을 뺏은 적이 없다며 오히려 고객에게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성장에 일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료·용품 등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5000억원에서 2017년 2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3조원을 넘어서고, 이후 매년 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조선DB

반려동물 관련 중소기업과 유통 대기업의 갈등은 최근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달 27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전체 회의 결과 반려동물 사료·용품 유통업 이른바 펫(Pet) 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반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았다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반위는 유통 대기업의 반려동물 사업 확대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지 계속해서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중소 반려동물 매장들은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유통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경쟁하면 답은 뻔하다"며 동반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신세계는 2009년, 롯데는 2012년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신세계는 ‘몰리스펫샵’, 롯데는 ‘펫가든’이란 브랜드로 각각 자사 대형마트 또는 복합쇼핑몰에서 반려동물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전국 4000여개 반려동물 매장을 회원사로 둔 한국펫산업소매협회는 "전국에 유통 대기업의 반려동물 매장 47개(신세계 33개, 롯데 14개)가 들어섰고, 이로 인해 인근 영세 반려동물 매장 약 470개가 폐점했다"며 "영세 매장 사장님들을 만나 (대기업 시장 진출로 인한)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업계 현실을 밝혔는데, 객관적인 통계가 없다는 동반위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의 반려동물 신규매장 오픈을 1년에 1곳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유통 대기업이 반려동물 매장을 열고 직접 운영하는 형태가 아닌, 자사 대형마트 등에 중소 브랜드를 입점하는 형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연간 1곳 신규매장 오픈 등 한국펫산업소매협회의 주장에 동의했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로선 펫가든의 매장 수를 늘리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계획이 없다"고 했다.

반면, 신세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연간 5곳은 신규매장을 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펫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섣불리 규제에 나서면 시장이 쪼그라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