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재고 지수 9.1 상승…자동차 2.43, 화학 2.32 기여
"재고 증가는 반도체뿐 아니라 주력 제조업 전반의 문제"

5월 제조업 재고율이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데에는 자동차와 석유화학 산업에서 재고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 재고도 큰 폭으로 늘었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산업의 재고가 쌓이는 양상이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9년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비율은 118.5로 IMF 외환위기 당시인 당시인 1998년 9월(122.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기준으로도 1998년(137.6%) 이후 최고치였다. 수요가 생산에 미치지 못해 물건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재고율은 2017년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고 이후 105~110을 오가다 5월 들어선 110 후반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재고 증가가 어떤 산업 때문인지에 대해 통계청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인천 부평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

출하량을 고려하지 않은 제조업 재고 지수는 5월 117.7로 전월 대비(116.7) 1.0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5월 108.6이었던 제조업 재고 지수는 1년 새 9.1포인트 뛰었다. 출하량이 늘어날수록 재고가 증가하기 때문에 제조업 재고 지수는 시기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14~2018년 5월 제조업 재고 지수 증가폭(전년동기 대비)이 각각 0.5~5.7포인트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재고 지수 증가는 제조업 내에서 재고가 이전보다 대규모로 쌓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제조업 재고 지수는 각 산업별 재고지수를 가중평균해서 구하는 데, 가중치를 공표하지 않는다. 다만 산업별 재고 지수를 각각 공개할 뿐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 재고 증가의 주요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 분석할 수 없다. 조선비즈는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내 산업별 제조업 재고 지수를 이용해 제조업 재고 증감에서 각 산업별 비중을 구했다.

산업별 재고 지수가 제공되는 제조업 내 21개 산업(중분류 24개 중 재고 지수가 없는 3개 제외)의 가중치를 추정한 뒤 2018년 6월~2019년 5월 1년 간 제조업 재고 증가에서 산업별 기여도(산업별 비중)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산업의 기여도가 2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재고 증가(9.1포인트) 가운데 2.43포인트(9.1포인트×26.7%)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했다.

그 다음으로는 ‘화학제품(통계청이 산업활동동향 발표 시 사용하는 명칭 기준)’ 재고가 제조업 재고 급증을 이끌었다. 제조업 재고 증가의 16.3%가 화학제품에서 나왔다. ‘석유정제’도 9.2%를 차지했다.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정제산업과 에틸렌, 폴리염화비닐,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산업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재고가 급증한 것이다.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이 전제 재고 증가에서 차지하는 몫은 2.32포인트였다.

철강 등 ‘1차 금속’ 재고도 지난 1년 간 제조업 재고 증가에서 12.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부품· 컴퓨터·통신’이 제조업 재고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였다. 자동차, 석유정제, 석유화학, 전자부품, 1차 금속 등 5개 산업이 지난 1년간 제조업 재고 증가의 75.4%를 야기했다.

이 결과는 현재 수출 감소와 재고 증가의 원인이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업종의 부진에만 있는게 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1차 금속 등 주력 제조업 전반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가격 급락이 워낙 극적이라 IT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최근 제조업 부진과 재고 증가는 중간재나 내구소비재 분야의 주력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했다.

2019년 5월의 전월 대비 제조업 재고 지수 증가에 대한 산업별 기여도를 따져봐도 중간재, 내구소비재 재고 증가는 확연하다. 제조업 재고 증가에서 ‘석유정제’가 83.6%, ‘자동차’가 61.3%를 차지했다. ‘전자부품· 컴퓨터·통신’은 재고가 줄어 제조업 재고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17.4%로 나타나 전체 제조업 재고 지수를 0.174만큼 끌어내렸다.

☞제조업 재고 지수 산업별 비중 어떻게 구했나

통계청이 가중치를 개편한 2015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제조업 내 산업별(표준산업분류 내 중분류 기준) 월별 재고 지수 증감과 전체 제조업 재고 지수 증감 자료를 이용해 회귀분석을 실시, 산업별 재고지수가 1포인트 변할 때 제조업 재고 지수가 몇 포인트 변하는 지 산업별 계수(회귀계수)를 구했다.

원자료를 기준으로 미지수가 21개인 방정식을 풀면 얻을 수 있는 값이지만, 통계 분석은 원자료를 계절조정한(월별 고유 요인을 고려해 원자료를 보정하는 절차) 값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회귀 분석을 했다.

21개 산업중 담배, 나무제품, 종이제품 등 3개 산업을 제외하면 모두 통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값(유의수준 1% 이내)을 얻었다. 신뢰할 수 없는 값이 나온 3개 산업의 가중치를 더하면 1.42%에 불과했다. 이 가중치를 이용해 월간 또는 연간 제조업 재고 지수 증감에서 산업별 비중을 구했다. ‘산업별 재고 지수 증감×가중치’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