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너 3~4세라고 해서 쉽게 가업을 물려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아야 기업을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프라이빗에쿼티(PE) 회사인 LK투자파트너스의 구본욱 대표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범LG가(家) 3세다. LG그룹 창업자인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철회 창업고문이 그의 할아버지다. 구 고문의 직계 자손들은 현재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IG그룹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구 대표는 LIG그룹에서 일할 기회를 마다하고 2015년 창업을 선택했다. 미국 유학 후 현지에서 회계법인·헤지펀드에서 일하던 경험을 살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구 대표는 "(LIG그룹의) 오너 일가이기는 하지만 잘 모르는 분야에서 높은 지위로 있고 싶지 않았다"면서 "잘할 수 있고 나만의 경쟁력을 갖춘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LK투자파트너스 사무실에서 구본욱 대표가 최근 인수한 카메라 교환렌즈 제조 업체인 '삼양옵틱스'의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범 LG가(家) 3세인 그는 "기업 오너의 입장과 외부 투자자 입장을 모두 경험해본 것이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치열한 두뇌 싸움과 머니 게임이 벌어지는 자본시장에서 '재벌가 출신'이라는 간판을 떼고 승부하고 있다. 설립 4년 차인 LK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6일 국내에서 유일한 카메라 교환렌즈 제조 업체인 '삼양옵틱스'를 인수하는 등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7년엔 한일시멘트와 손잡고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했다. 이 거래로 업계 4위였던 한일시멘트는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구 대표는 "인수 경쟁이 치열했지만, 파트너 회사(한일시멘트)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해 결국 업계 재편까지 이끌었다"면서 "기업과 투자자가 우호적인 관계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는 목표가 잘 실현된 거래"라고 했다.

LK투자파트너스의 전략은 기업들과 협력해 경영권 승계 과정을 돕고,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사업을 계속하려는 기업은 더 클 수 있도록 돕고, 그렇지 않으면 기업을 잘 팔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기업들의 거부감이다. PE를 곧 '기업 사냥꾼'으로 여겨 적대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기업 오너의 입장과 외부 투자자 입장에 모두 있어 본 개인적인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냉철한 투자 가치로 기업을 평가하되 '기업 오너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하는 관점도 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홀로서기에 성공했지만 인생 전반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지난 1995년 부친인 구자성 LG건설 사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할아버지·아버지를 잘 만난 '금수저'가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부친의 별세 이후) 내 힘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금 하는 사업이 '잘하고 싶으면서 잘할 수 있는 사업의 교집합'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돈을 좇는 게 아니라 돈이 쫓아오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욕심일 수 있지만, 저희와 인연을 맺는 기업들로부터 'LK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받고 싶습니다. 그런 회사가 되면 수익이 따라올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