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D사는 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에 해외 자회사 연구소를 설립해 위탁개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D사의 해외 연구소의 위탁연구개발비는 신성장 R&D(연구개발) 공제를 받지 못했다. 해외연구소는 세제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D사측은 "신성장기술이 앞선 선진국에서 배워야 국내기술도 확보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성장 기술시설에 투자한 A사는 투자금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고자 했으나, 까다로운 조건 탓에 포기했다. 기존 사업에 대한 R&D 비중이 높아 신산업 투자 공제를 못 받게 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세액공제 후 2년간 전사(全社) 고용유지조건도 부담됐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정부와 국회에 이같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담은 '2019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올해 건의문에는 ▲신성장 시설투자 세제지원 요건 완화 ▲신성장 R&D 인정범위 확대 ▲R&D 세액공제율 인상 ▲생산성향상시설·안전설비 등 설비투자 세제지원제도 일몰 연장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제도 개선 ▲특허 이전·대여 등 기술거래에 대한 과세특례 확대 등을 위한 94개 과제를 담았다.
상의는 "신산업 발전의 기반인 신성장기술 투자는 세제지원의 요구조건이 까다롭고, 생산성향상과 R&D 투자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이 줄어들면서 세제의 투자인센티브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향적인 세제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의는 신성장기술을 사업화할 때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액의 5∼1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신성장기술 사업화 투자 세제지원제도'의 공제요건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상의는 전체 R&D 대비 신성장 R&D 비율 요건을 현행 10%에서 3%로 내리고, 고용유지 요건을 전사 기준에서 신사업 부문 기준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상의는 이어 '신성장 R&D 세액공제' 인정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신성장 R&D 세액공제'는 AI, 자율주행차 등 173개 신성장기술에 투자하는 R&D 비용에 대해 일정 비율로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이며, 일반 R&D 세액공제보다 공제율이 높다. 그러나 세액공제 인정 범위가 좁아 신청기업이 2017년 224개로 일반 R&D 신청기업의 0.66%에 불과하다는 것이 상의의 설명이다. 신성장 R&D 전담인력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해외기관과의 위탁·연구개발비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상의는 전담 연구인력이 아니더라도 신성장 R&D를 수행하면 그 비율만큼 인정하고, 해외 위탁·연구개발비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아울러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생산성 향상시설과 안전설비 등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를 2021년 말까지 연장하고 공제율을 환경보전시설 수준인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 세제 개선 건의도 있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인 상속세와 제도 개선을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상의는 현행 10~30%인 최대주주 주식 할증률을 완화하되 일본처럼 업종과 기업 규모별로 다양하게 적용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후관리기간 대폭 축소와 자산·고용의 관리부담 대폭 완화, 그리고 업종 제한 철폐 등을 건의했다. 지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허 등 기술이전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의는 우수특허를 다수 보유한 대기업의 특허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지원 대상확대, 일몰 연장을 건의했다.
상의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법인의 경우 손금산입 한도를 법정 기부금은 현행 50%에서 100%로, 지정기부금도 현행 10%에서 30%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부 여력이 높은 중위·고위 개인 기부자에 불리한 공제방식을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해 줄 것도 건의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신성장, R&D 투자는 제조업 르네상스와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면서 "기업의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지원요건은 기업 현장에 맞게 유연하게 재조정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