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코웰패션 등 스타트업 투자 활발
위험부담 적고 시장 진입 수월해
루이비통·H&M도 스타트업과 손잡아
패션업체들이 스타트업과 손잡고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기 불황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시기,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지난 21일 패션 잡화 업체 로우로우와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로우로우는 2011년 창업한 회사로 가방, 신발, 안경, 여행용 캐리어 등을 출시해 연 매출 100억원을 거두고 있다. 광장시장에 매장을 내거나, 장인과 협업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젊은 고객을 확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투자금액과 지분 인수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향후 로우로우의 유통망 확장과 생산 및 물류 인프라를 지원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공유오피스 '스케일업 스페이스'를 열고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신세계그룹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해 협업과 유통판로 개척 등을 지원해 상생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코웰패션은 석정혜 디자이너가 만든 핸드백 브랜드 분크의 지분 40%를 매입했다. 분크를 만든 석정혜 대표는 핸드백 브랜드 쿠론을 성공시킨 인물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에 쿠론을 매각한 후 코오롱FnC·신세계인터내셔날을 거쳐 지난해 3월 분크를 창업했다. 쿠론 창업자가 만든 핸드백이라는 스토리텔링과 매주 신상품을 출고하는 독특한 전략으로 단기간에 인지도를 넓혔다.
코웰패션은 푸마, 아디다스,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등 유명 브랜드의 판매권을 획득해 사업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명품 아 테스토니 판권을 확보하고, 구두 브랜드 헬레나 앤 크리스티의 지분 65%를 인수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잡화 사업군을 강화하고 있다.
분크는 코웰패션의 투자 유치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입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개점 첫 달에 매출 2억원을 거뒀고, 5월 문을 연 청담점은 개점 첫 주에 1억원을 벌었다. 최근에는 미국 패션 브랜드 클루의 한국 및 중국 판권을 획득했다.
패션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보다 손쉽고 안전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 한 개를 만드는 데 최소 30억원이 들고, 준비 기간도 1년 이상 걸린다. 출시해도 트렌드가 빨리 바뀌고 경기도 어려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빠르고 안전하게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성을 인정받은 스타트업과 손잡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패션과 뷰티, 생활용품 사업을 전개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로우로우 투자를 통해 잡화 부문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앞서 석정혜 씨를 영입해 핸드백 신규 사업을 2년여간 구상했지만 무산한 바 있다.
가방 브랜드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널은 2017년 여행용품 온라인 쇼핑몰 트래블메이트에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래시가드 브랜드 슈퍼링크를 운영하는 에스피알씨를 인수해 여행과 애슬레저 사업군을 추가했다.
해외에서도 패션기업과 스타트업의 만남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기업을 만들고 매년 5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명품 업체 프라다도 이달 초 스타트업 부트캠프와 협력해 패션 기술 스타트업 30곳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섬유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스웨덴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맞춤 남성복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업체 스레드에 13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샤넬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친환경 화학가공기술 스타트업 이볼브드 바이 네이처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액상 형태의 천연실크를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