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가격 폭락'은 농촌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식량안보를 생각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골치꺼리다. 그런데도 해마다 반복된다. 가격이 폭락하는 작물만 바뀔 뿐이다.
지난해 아로니아를 비롯해 배추 등 각종 채소가격이 폭락했다. 올해는 양파와 마늘 등 양념 채소 가격이 죽을 쑤고 있다. 올해 마늘과 양파 가격 폭락은 '하늘 탓'이 크다. 재배 면적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등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겨울 포근한 날씨가 복병이었다. 그 덕분에 생산량이 30%쯤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마늘 생산량이 예년보다 3만7000톤(t), 양파가 15만t쯤 더 생산된 것으로 추산했다.
생산량이 증가하자 가격은 당연히 하락했다. 이들 작물을 재배한 농가들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도 머리가 아프다. 한두 종류의 농작물 가격이 급락했다고 한국 농업생산 기반이 무너지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농작물 가격 폭락이 빈번해지면 중장기적으로 농촌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양파·마늘 생산농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는 마늘과 양파를 사들여,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등 유통 업체와 생산자 단체들도 소비 촉진 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과잉생산 농작물 가격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소비자들도 반대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싸게 사먹을 수 있는데 정부가 나서 소비자 이익을 저해한다는 이유다. 우리 경제 시스템이 수요량와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쟁 체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잘못된 얘기도 아니다.
국가 입장에서 농업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안보산업이다. 손놓고 바라볼 수 없다. 먹거리는 인간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거적데기를 걸치고 동굴에서 살 수 있지만 굶고는 살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이 필요로 하는 먹거리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농작물 가격 폭락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농부들의 몫이다. 지난해 가격이 좋았던 농작물을 무턱대고 올해 더 많이 재배하는 것부터 삼갔으면 한다. 사실 가격이 폭락하는 농작물의 대다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대신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주요농작물 재배계획 사전신고제'를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키우려는 작물이 전국에서 얼마나 재배되는지 알 수 있다. 키우려는 작물의 재배 면적이 많을으면 작물을 변경하면 된다.
정부도 농작물 가격 폭락에 따른 수매를 할 때 주요농작물 재배계획 사전신고제에 동참한 농부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주는 '차등 보상'을 제대로 도입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