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화 갑상선암은 발병 시 1년 안에 사망한다고 알려진 ‘나쁜 암’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다. 국내 의료진은 이러한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분당서울대병원(정밀의학센터 서정선 석좌교수), 서울대병원(내분비내과 박영주 교수), 마크로젠(유승근 선임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미분화 갑상선암 조기진단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 6월 24일자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인 갑상선암 환자 113명의 DNA와 25명의 RNA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방식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미분화 갑상선암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다수의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CDKN2A 유전자 결실(좌) 및 p16 단백질 발현(우)에 따른 한국인 갑상선암 환자의 생존율 차이.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 및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 환자 모두에서 CDKN2A 유전자의 결실이 있을 때 결실이 없는 환자에 비해 생존율이 크게 감소했다.

이 가운데 암 억제 유전자(TP53, CDKN2A 등) 변이가 발견되는 경우,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CDKN2A 유전자와 갑상선암 예후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22%는 CDKN2A 유전자에 결실이 존재했으며, 이 경우 결실이 없는 환자에 비해 예후가 매우 나빠 치료 후 생존율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CDKN2A 유전자에 결실이 있는 경우 위험도는 6.67배, 이 유전자가 생성하는 p16 단백질의 발현까지 떨어지는 경우에 위험도는 35.25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일부 미분화 갑상선암 조직에서 JAK-STAT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으며, 실험을 통해 이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면 미분화 갑상선암의 증식이 저하됨을 증명했다. 새로운 치료후보 물질도 찾은 셈이다.

박영주 서울대병원 교수는 "미분화 갑상선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조기진단과 맞춤표적치료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다.

서정선 분당서울대병원 석좌교수는 "DNA 및 RNA 정보가 암의 진행상태와 크게 관련있다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환자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에 예측하고 치료하도록 해주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