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공세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올인’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기술·생산력이 중국에 따라잡힌 상황에서, 앞선 기술인 올레드로 탈출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플라스틱 올레드 시제품.

25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에 플라스틱 올레드(P-올레드)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고객사 관련 사항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LG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대형 고객사를 위한 스마트폰용 올레드 준비가 거의 다 끝났다"고 전했다.

◇ 발목 잡는 소형 올레드… 애플·차량용으로 반전 꾀하나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올레드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5%를 점유하고 있다. 애플 또한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모든 패널을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신형 아이폰에는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함께 사용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애플워치에 스마트워치용 올레드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애플과의 거래가 이뤄진다면, 소형 올레드에서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대형 거래선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플라스틱 올레드 판매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애플에 패널을 공급할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에 월 3만장의 플라스틱 올레드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E6 공장을 신설한 상태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이곳 생산라인에서 모바일·차량용 올레드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출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는 차량용 LCD만 생산중이지만, 올해 내 플라스틱 올레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 대형 올레드 올해 첫 연간흑자 기록할 듯… 2조5000억원 투자 빛 보나

대형 올레드 시장에선 올해 첫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8월 중국 광저우 8.5세대 올레드 팹(Fab)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이 완전 가동하면 현재 월 7만장 수준인 LG디스플레이 TV용 올레드 패널 생산능력은 최대 13만장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레드 TV 판매량은 패널 독점 생산자인 LG디스플레이의 물량 부족으로 정체된 상태다. 광저우 공장 가동으로 패널 생산이 늘면, 세계 올레드 TV 출하량은 올해 380만대에서 내년 690만대로 82%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가 CITE 2019에서 선보인 장미꽃 모양 OLED 조형 ‘더 로즈’.

디스플레이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공장을 가동하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MMG(Multi Model On Glass)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MG는 거대한 패널 원판을 다양한 크기로 잘라내, 버리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8.5세대 올레드 패널은 65인치 3장과 55인치 2장으로 자를 수 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수율 문제 65인치 3장만 만들어내고 있다. MMG가 적용되면 한 장의 대형 패널에서 더 많은 TV를 생산해낼 수 있어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 완공에 힘입어 올해 대형 올레드에서 첫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대형 올레드 시장에 진출한 후 지난해까지 2조5000억원가량의 누적 적자를 봤다. 증권가는 LG디스플레이가 내년 대형 올레드에서 38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하반기 광저우 공장 양산이 본격화되면 올레드 매출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스마트워치용 초소형부터 대형 TV까지 올레드 생태계 전반을 아울러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