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전 미 백악관 실무팀은 숙소인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부터 평택·오산 미군기지 등 방문지를 사전 답사했다. 당시 실무팀의 차량 운전은 국내 스타트업 ‘버틀러’가 담당했다. 미 백악관은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회사인 버틀러의 서비스에 만족했고 노고를 치하하며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근우(35) 버틀러 대표는 2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 백악관에서 연락이 오기 전 그리스대사관 등에서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뒤 입소문이 났다"면서 "철저한 드라이버(파트너) 교육과 서비스 품질로 시간제 수행기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는 고객이 필요할 때 원하는 장소와 이용시간을 예약하면 수행기사가 찾아가 운전을 대신해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모시러’에서 날짜, 시간, 출발지를 예약할 수 있다. 버틀러가 제공하는 서비스 요금은 1시간에 2만원.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가는 3인 가족이 서울에 있는 집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할 때 서비스를 이용하면 약 5만원 정도의 요금을 내면 된다. 버틀러의 수행기사들은 운전 외에 고객의 짐을 대신 날라주기도 하고 고객 차량을 자택으로 가져가 주차까지 해준다.

이 대표는 2015년 버틀러를 창업했다. 창업 전 1년반 정도 대리운전을 직접 해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고객이 대리 운전기사를 믿지 않고 경계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서비스 초기에 고객과 수행기사 간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고객 대응 교육에 각별히 신경을 썼어요. 수행기사 구성도 연극·뮤지컬 배우를 중심으로 꾸렸습니다."

이근우 버틀러 대표가 미 백악관으로부터 받은 감사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버틀러는 ‘파트너’로 불리는 수행기사 1745명을 두고 있다. 이중 85%가 연극·뮤지컬 배우로 활동중이다. 이 대표는 "교통사고 이력조회, 인터뷰, 테스트 운전 등 철저한 검증을 거쳐 파트너를 선발하고 있다"며 "안전한 운전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고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버틀러는 지난달 기준으로 8만2000시간의 수행기사 운행 실적을 달성했다. 월 매출은 10억원을 돌파했다. 한달에 500만~600만원어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량 고객도 있다고 한다. 올 연말까지 운행시간과 매출을 2.5~3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버틀러의 수행기사 서비스.

버틀러는 지난해 말까지 B2B(기업간거래)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롯데렌탈, SK렌터카 등 렌터카 업체의 호텔 리무진 서비스에 수행기사를 지원한 것이다. 올 초부터 B2C(기업과소비자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버틀러의 수행기사 서비스는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 주고, 어르신을 병원으로 모실 때는 보호자 역할도 합니다. 어린 아이 때부터 어르신까지 평생 버틀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버틀러는 승차공유업체 타다에도 수행기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타다의 운전기사 중 25%가량은 우리 파트너"라고 했다.

이 대표는 버틀러로 성공하기 전 3차례나 창업에 나섰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여행 매거진, 여행 사진 공유 앱 등을 만들었지만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실패할 때는 괴로웠지만, 시장을 찾는 법, 수익을 내는 법, 투자유치를 하는 법 등을 배웠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오늘날의 버틀러를 만든 소중한 자산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