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항공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돕기 위해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 '뉴스 허브' 코너에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한·미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가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했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 측의 우호 세력으로 추정된다.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을 이끌던 지난 2000년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을 함께 만들며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5월부터는 한·미 간 직항 노선을 포함, 아시아와 미주 370여 노선에서 함께 운항하는 조인트벤처를 운영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바스티안 CEO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은 우리의 오랜 파트너였다"고 회고하며 "조원태 회장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확보하면 조 회장이 KCGI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현재 조 회장을 포함한 한진가(家)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3%다. 여기에 델타항공의 지분(최대 10%)을 더하면 38.93%에 달한다. 조 회장에게 맞서는 KCGI는 15.98%를 확보하고 있다.
KCGI는 21일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과 이면 합의에 따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4일 고 조 회장의 퇴직금 지급 정당성을 문제 삼는 소송을 제기하고 향후 추가 지분 확보에도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소식이 나온 21일 한진칼 주가는 전날보다 15.1% 떨어진 3만4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이 접전을 벌여야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나올 텐데, 델타항공이라는 우군(友軍)이 등장하면서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