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한국 현지실사를 나올 예정인 가운데 시중은행 4~5곳에 대한 면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시중은행들이 준비에 나서고 있다. FATF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관련된 금융조치를 각국 정부와 금융사들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지를 점검하기 위한 기구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매년 회원국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데, 올해는 한국을 대상으로 실태평가를 한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FATF는 오는 7월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직원 등과 함께 시중은행 4~5곳을 면담하면서 현장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FATF는 재산국외도피 등에 대한 위험 방지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에 대한 FATF의 현장평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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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은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면담이나 현장평가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 지와 어느 은행을 대상으로 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 이벤트(event)인 만큼 신경써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장점검도 부담스러운데, 이 과정에서 혹시나 문제될 일이 생길 수 있을까봐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자금세탁 방지시스템에 대한 국제 기준과 동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발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나 자금세탁방지 관련해 문제를 겪은 적이 있었던 NH농협은행이나 광주은행 등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17년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 방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1100만달러(약 120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뉴욕지점의 2016년 한해 순이익이 68억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연 순이익보다 2배 많은 과징금을 받은 셈이다.

광주은행은 이달 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업무절차와 신용정보 관리 등이 미흡하다며 과태료 600만원 등의 제재를 받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했던 시중은행에 대한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 다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은 관련 부서를 격상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으로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센터로 격상하고, 전문인력을 현재 36명에서 110여명으로 증원했다. 하나은행도 4월 조직개편을 통해 준법지원부 안에 있던 자금세탁방지팀을 자금세탁방지부로 단위를 올렸다. 관련 전문인력도 2017년 15명에서 28명으로 늘렸다.

NH농협은행은 행장이 직접 해당 사안을 챙기고 있다. 이대훈 NH농협은행 행장은 이달 초 직접 미국 뉴욕을 방문해 금융감독청에 자금세탁 방지역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직접 설명했다. 관련 인력도 50명 수준으로 늘렸다.

일부 은행은 열심히 준비 중이지만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 일단 인력 충원 자체가 쉽지 않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자금세탁방지 관련 인력은 120여명 수준인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아직 그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아직 절대적인 인력 수가 모자라고,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도도 깊숙하다고 단언하긴 어려워서 교육 강화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