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油價)가 배럴당 50달러 초반까지 하락한 가운데 유가 상승에 베팅해 연 10% 안팎 수익률을 노리는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액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많이 발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DLS란 원유나 금·은 등 실물자산 가격이 만기(통상 3년) 중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움직이면 약정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원유 DLS'는 유가에 연동되어 움직이는데, 6개월마다 원유 가격이 반 토막 나지만 않으면 연 10% 안팎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
2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발행된 원유 DLS(WTI 기준)는 1984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월만 해도 원유 DLS 발행액은 3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무역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하락 폭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유가가 현재의 50%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원유 DLS 투자엔 적기"라고 말했다. KB증권이 예상한 국제 유가 흐름은 2분기 평균 64.1달러, 3분기 66달러, 4분기 64달러 수준이다.
◇사상 최대 발행액 찍은 원유 DLS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에 연동되어 최대 10% 수익이 예상되는 원유 DLS에 500만원을 투자했다. 작년 10월 배럴당 76달러까지 올랐던 WTI 가격은 최근 50달러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해서 유가 추이에 밝은 편인데, 지금 유가는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여서 현 수준에서 반 토막까지 나긴 힘들 것 같다"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만기가 돌아온 예금 중 일부를 원유 DLS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늘자, 증권사들은 원유 DLS 발행을 늘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예전엔 DLS를 내놓아도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수요가 많아 2~3개씩 매주 발행하고 있다"면서 "연 6~8%였던 주가연계증권(ELS) 기대 수익률이 4~5% 수준까지 낮아지다보니, 원유 DLS의 고수익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유가와 지수를 결합시킨 하이브리드(혼합형)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이 20일 선보인 DLS 신상품은 유가와 홍콩 지수 또는 유가와 유럽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최대 연 11%를 목표로 한다. KB증권도 유가와 홍콩 지수를 결합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미국 대선 전 유가 급등 어려워"
유가 상승에 강한 확신이 있다면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유가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 관련 상품은 ETF 와 ETN을 합쳐 총 18개다. 유가 등락률의 2배로 수익률이 연동되는 '레버리지 원유 ETN' 같은 상품은 지난 19일에는 9% 넘게 올라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지난달엔 이틀 동안 20% 넘게 빠진 적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향후 국제 유가는 국제 정세상 예전처럼 크게 오르긴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원유 재고가 많은 상황이며,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도 더 이상의 감산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선거 전까지는 유가 상승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전통적으로 대선 전에 유가를 잡아야 승리한다는 속설이 있어서 유가와 대통령 지지율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유가가 너무 오르고 있다. OPEC은 진정하라"면서 "세계는 유가 상승을 수용할 수 없다"고 압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