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비둘기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美연준 의장

18~19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내놓은 평가다. 이날 연준은 당장 금리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위원 17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8명이 연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위원이 인하 견해를 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게 시장의 예상"이라고 말했다.

◇17명 위원 중 8명이 금리 인하 주장

연준은 이날 FOMC 6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기존 2.25~2.50% 수준으로 동결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변화는 FOMC 회의 후 발표된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나타났다. 지난 1월 이후 줄곧 성명에는 "기준금리 조정에 인내심(patient)을 갖겠다"는 문구가 들어갔었다. 금리 동결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내심'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대신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금리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경기에 대한 진단도 '경제활동이 견고한(solid)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종전 문구에서 '완만하게(moderate) 증가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한발 후퇴했다.

위원들의 '비둘기 성향'도 강화됐다. 이번 회의에서 위원 17명 중 연내 두 차례(-0.5%p) 인하를 예상한 위원이 7명이었고, 1명은 연내 한 차례(-0.25%p) 인하를 전망했다. 반면 동결은 8명, 1명은 인상을 점쳤다. 지난 3월 회의에서 단 2명만이 연내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던 것과 크게 다른 분위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금리 동결을 지지했던 FOMC 위원들도 최근 통화를 완화해야 하는 근거가 강해졌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7월 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카드를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로 보고 있다. 보험성 인하란 실물 경제가 침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신규 고용이 늘며 임금 상승이 본격화돼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환율 14원 떨어져 1160원대 -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전광판에 전날보다 14원 떨어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 회의에서 '비둘기파'(금리 인하 주장)가 세를 불리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달러화가 약해질 것이란 전망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하락(원화 강세)하고, 주가(코스피지수)는 소폭 올랐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하반기 미·중 무역 협상이라는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달 말 미·중 정상이 무역 담판을 위해 만나기로 결정했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돼 관세 부과 확대가 결정될 경우 경기가 급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 회의 결과 이르면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7월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미·중 무역 전쟁이 악화되고 연준이 7월에 금리를 내린다면 한은의 인하 시점이 8월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이번 결정으로 미 행정부의 비판으로부터 숨 돌릴 공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지난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 "미국의 주가와 경제성장에 해를 끼쳤다"며 파월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 의지가 확인되자 증시는 반색했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급락한 1162.1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16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