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매몰돼 기후변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켜야 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9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해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원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진보 대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9 미래에너지포럼’ 두번째 세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의 두번째 세션은 ‘미세먼지‧온실가스 없는 에너지 세상’을 주제로 손양훈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진보 대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손양훈 교수는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반드시 비용이 들어간다. 많이 줄이려면 많은 비용이, 적게 줄이려면 적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결국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감내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했다.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 정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원자력 발전량이 줄고 석탄 발전량이 늘어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규모가 비슷하다가 2017~2018년 증가했다"며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세웠던 온실가스 저감 목표치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탈탄소화를 위해 태양광도 있어야 하지만 면적, 건설비, 이용률, 수명 등을 고려하면 원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은 85%인 반면 태양광 이용률은 15%에 그친다. 수명도 원전은 60년, 태양광은 25년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 발전단가도 1MWh당 원전은 28.63달러, 태양광은 101.86달러 수준이다.

주 교수는 LNG(액화천연가스)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LNG의 단점 중 하나는 국제 유가와 연동된다는 것"이라며 "LNG의 공급 안정성이나 가격 변동 폭을 볼 때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용훈 교수는 원자력이 기후변화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아니지만, 원자력 없이 미세먼지에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세먼지로 인한 수명 단축 위험과 원전에 따른 방사선 위험을 비교해 설명했다. 국내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수명 감소 예측치는 6개월인데, 방사선 영향으로 수명이 6개월 단축되려면 상당히 많은 방사선에 노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훈 교수는 한국인이 평생 받는 방사선량은 평균 240밀리시버트(mSv)로 지역에 따라 100밀리시버트 가량 차이가 발생하지만 이 정도 차이로 건강상 문제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버트는 인체에 피폭되는 방사선양을 측정하는 단위다. 병원에서 X선을 1회 촬영할 때 받는 방사선량은 0.1~0.3밀리시버트 수준이다.

정 교수는 "방사선 영향으로 수명이 6개월이 줄어들려면 한 번에 400밀리시버트(mSv)를 받거나 평생 1600밀리시버트 정도 받아야 하는데, 원전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주민이 평생 받는 방사선량이 10~20밀리시버트 수준"이라며 "방사선 피폭량이 많았던 후쿠시마 사고 직후 19개월 동안 발전소에 들어가 일한 직원이 받은 양도 평균 10밀리시버트 정도"라고 했다.

셸렌버거 대표가 ‘2019 미래에너지포럼’ 두번째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셸런버거 대표는 "국가 정책은 국제적인 합의가 아닌 여론을 의식해 결정하는데, 일반 대중이나 시민들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탈원전 결정이 가져올 영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과학자들이 시민과 소통해 원자력에 대한 여론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셸렌버거 대표는 이날 국내 15개 대학교 원자력 공학도들이 모인 ‘녹색원자력학생연대’에 1000달러를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래에너지포럼에 참가한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셸렌버거 대표는 "학생들이 원자력에 대해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감동적이다. 재정적으로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린피스 등 반(反)원자력 단체에 맞서서 학생들을 후원하고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