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대체투자 시장에서 날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불안한 증시와 수익률이 낮은 채권을 대신할 신규 투자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뿐 아니라 지식재산권(IP), 미술품, 유전 등도 기관의 투자 대상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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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도 돈 되면 상품화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대체투자 펀드들의 순자산 총액은 165조9287억원(6월 17일 기준)으로 78조4591억원 규모인 주식형 펀드의 2배를 웃돈다. 올해 들어서만 대체투자 펀드로는 18조5500억원이 유입된 반면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4141억원이 빠져나갔다.

기관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체투자 분야는 단연 부동산이다. 전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룩셈부르크에 있는 신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룩셈부르크 코어오피스 부동산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해외부동산 펀드를 2017년 2개, 2018년 1개 선보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벌써 네 번째 상품을 내놓았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기존 출시 펀드의 성과가 좋고 최근 찾는 이도 늘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에 있는 투어유럽 빌딩을 매입했다. 미래에셋대우도 같은 지역에 있는 마중가 타워 인수에 나선 상태다. 큰손들의 빌딩 수집은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NH투자증권(005940)은 올해 초 서울역 앞에 있는 서울스퀘어빌딩을 인수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서울 회현동 명동역 인근에 있는 스테이트타워남산 빌딩을 사들였다.

대체투자가 부동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흥국증권이 4월에 선보인 ‘아이디어 브릿지-흥국 IP 로열티유동화전문 사모펀드 1호’는 기업들이 지불하는 특허권사용료(로열티) 수입을 수익으로 취하는 상품이다. 국내 특허권 개발 전문기업 M&K홀딩스가 보유한 동영상 관련 표준특허를 담보로 삼는다. 이밖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예술품·선박·항공기·탄소배출권·유전·광산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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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국민연금도 "대체투자 강화"

대체투자라는 개념은 한참 전에 등장했으나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부터다. 전통 자산인 주식·채권만으로는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운 투자환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융(IB) 경쟁력이 증권사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분위기가 된 것도 기관들이 앞다퉈 대체투자를 키우는 이유다.

최근에는 연기금 맏형 국민연금공단도 대체투자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3일 회의를 열어 ‘대체투자 집행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기존 대체투자위원회 밑에 대체투자소위원회를 신설해 투자 규모가 5000만달러(약 600억원) 이하이거나 공동투자건일 경우 의사결정 권한을 소위원회에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현재 6~8주 정도 소요되는 대체투자 의사결정 기간을 4주 안쪽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계획이다.

유안타증권(003470)은 이달 초 IB사업부문에 대체투자팀을 신설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해외부동산과 인프라, 항공기금융, 선박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딜을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BNK자산운용은 대체투자본부를 대체투자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인 김정연 전무를 그룹장으로 영입했다.

대체투자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시장 참여자의 선택권도 그만큼 넓어진다. 그러나 수익 회수 기간이 길다는 점 등은 투자시 꼭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할 때는 유동성 제약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자신이 투자한 대상이 어떠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부터 이해한 다음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