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안'까지 내놓고 의지 드러냈지만
대만 TPK 자금 지원 철회, 푸본그룹 '미정'
"LCD 시장에서 日 경쟁력 어렵다고 본 듯"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 강자' 재팬디스플레이(JDI) 재건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초 JDI가 대만·중국 전자부품 업체 세 곳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800억엔(약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전체 지분 50%가량을 넘기기로 하면서 자금난에 숨통을 텄다는 소식이 나온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대만 업체가 컨소시엄 이탈을 선언한 것이다.

자금 지원을 결정한 뒤 실제 자금을 투입하는 데까지 시간을 끌어왔던 컨소시엄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는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본 치바현에 있는 JDI 메인 공장 전경.

키쿠오카 미노루 JD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8일(현지 시각)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만·중국 컨소시엄과 예정된 800억엔을 적절한 방식으로 받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고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은 전했다. 키쿠오카 CFO는 오는 10월 1일부터 JDI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상태다.

이 같은 언급은 대만·중국 컨소시엄이 지난 14일까지 금융지원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한 시한을 넘긴데다, 이어 자금 중 3분의 1가량을 댈 예정이었던 대만 대형 터치패널 업체 TPK가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대만의 푸본금융그룹은 아직 지원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JDI는 그러나 주주총회에서 홍콩 헤지펀드 오아시스가 새로 컨소시엄에 합류, 지원받기로 한 800억엔은 예정대로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JDI는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디스플레이 산업 수성을 위해 출범한 회사다.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2000억엔(약 2조원)을 내놓고 히타치·도시바·소니 등 3개사의 관련 사업부문을 통합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물량·가격 공세로 LCD 시장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수익성은 되레 악화했다. 매출액은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9891억엔으로 최대 수준을 기록한 이후 30% 가까이 줄었고, 2017년부터는 영업 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JDI는 구원투수로 대만·중국 컨소시엄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1200명 규모의 희망퇴직 모집, 임원 보수 최대 60% 삭감, 치바현 메인 공장으로 생산 역량 통합 등 인력·생산 부문의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며 연간 약 200억엔의 비용을 절약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래픽=박길우

그러나 컨소시엄의 자금 투입이 늦어지면서 JDI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근본적으로는 JDI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LCD 시장이 중국 업체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는 점, 주 고객사인 애플마저 올해부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LCD 패널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 등에서 JDI에 자금 지원을 해 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애플은 프리미엄급 대비 약간 저렴한 아이폰XR 모델에 LCD 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이 패널을 JDI가 주로 납품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LCD 패널을 더이상 탑재하지 않을 경우 가격 경쟁력면에서 JDI의 입지가 쪼그라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JDI가 주력하고 있는 중소형 LCD 시장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34% 점유율로 치고 나가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JDI가 주력은 아니지만, OLED 기술을 갖고 있고 애플 워치에 소량 납품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술이 없는 대만·중국 업체로서는 지분 인수를 통해 투자할 만했다"면서도 "컨소시엄이 자금지원 이탈·보류 등의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JDI의 재무 상황이 생각보다 더 나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