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위기는 오래전부터 발아한 결과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고객과 시장, 경쟁구조에 있습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사진)가 최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임 대표는 A4용지 4매에 달하는 편지를 직접 손으로 쓴 후 이를 2만4000명의 임직원이 있는 게시판에 올렸다.

홈플러스는 임 사장이 오프라인 유통시장 전반에 퍼져 있는 불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반전시키기 위해 손편지를 작성했다고 17일 밝혔다. 임 사장은 편지에서 현재의 유통업계 불황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반성,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전했다.

임 사장은 이날 편지에서 "작금의 상황은 전통 유통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라며 "격한 경쟁 속에서 지속되는 매출 감소와 가파른 비용 상승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시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A4 4매짜리 자필 손편지.

그는 대형마트를 압박한 것은 유통규제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임 사장은 "초가성비와 편의를 추구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자 수가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사업자, 편의점, 지역슈퍼 등이 늘어난 데다 전문점과 초대형몰, 아울렛, 창고형 할인마켓 등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관련해서 임 사장은 "여러분이 주주에 대해 갖는 막연한 염려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저는 우리와 주주가 걷고 있는 길이 다르지 아니하며, 회사는 주주 변경과 상관없이 영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MBK파트너스가 대형마트 업황이 어려워지자 매장 폐점과 직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며 비판해 왔다.

임 사장은 올해 중점 과제로 6가지 경영과제를 제시했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융합한 ‘홈플러스 스페셜’ 확대 △모바일 사업 전사적 집중 △지역밀착형 매장 ‘코너스’의 업그레이드 △신선식품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가속화 △ ‘데이터 강자’가 되기 위한 결단과 몰입 △ 신선혁명 등이다.

그는 "모두가 하나되어 함께 할 때만이 우리가 원하는 바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모두가 마음 깊이 이야기할 수 있고,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서로의 손을 따뜻하게 마주 잡기를 소중히 바란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