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契) 모임은 서민들이 목돈을 모으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수단이다. 계원들이 매달 일정한 돈을 계주에게 주고, 모인 목돈을 순번대로 타가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곗돈을 타간 뒤에는 '나 몰라라' 하며 돈을 안 내거나, 곗돈을 관리하는 계주가 돈을 들고 달아나는 사고가 수시로 터졌다.

계 모임의 이런 '먹튀' 위험을 없애서 계원들이 안심하고 곗돈을 부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 금융상품이 출시된다. 핀테크 업체 '코나아이'는 스마트폰 앱 하나로 투명하게 계 모임을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오는 11월 내놓는다. 계주가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계원을 초대해 모임을 꾸리고, 계원들은 계주 대신 플랫폼에 돈을 내는 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서비스를 포함한 6건을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빅데이터로 소형 아파트 담보 가치 정하고, 중소기업 신용 평가

'빅밸류'와 '공감랩'이란 업체는 거래량이 적거나 가구 수가 적은 아파트·빌라 등의 담보 가치를 빅데이터로 측정하는 서비스를 혁신 금융 서비스로 인정받았다. 그간 가구 수가 적은 아파트나 빌라 등에 사는 서민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속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 규정상 은행은 아파트 시세를 오직 네 가지 방법(국세청 기준시가, 감정평가업자 감정평가액, 한국감정원 가격, KB부동산 시세)으로만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50가구 미만 아파트 등은 한국감정원이나 KB 부동산 시세가 안 나오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담보 가치를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업체는 주택 실거래가와 경매 낙찰가율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런 주택들의 담보 가치를 평가하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금융위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시세를 적용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산정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뉴스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신용 정보를 평가하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기존 신용평가 모형은 자산·부채·이익 같은 재무 정보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등 비(非)재무 정보까지 포함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아직 순익을 많이 못 내더라도 노사관계가 탄탄하고 경영진도 건전한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켜졌다 꺼지는' 여행자보험, 대출 금리 비교 등 이달 출시

오프라인 가게의 온라인 주문 서비스(O2O 서비스)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도 나온다. 예컨대 A 가게의 물건을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카드 영수증에는 'A 가게' 대신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 이름이 찍힌다. 신용카드사가 PG사에 돈을 보내고, PG사가 다시 A 가게에 돈을 보내기 때문이다. '페이민트'는 지금 PG사가 하는 결제대행·자금 정산 역할을 대신해 카드사와 가맹점 간 '직거래'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수수료를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낮출 예정이다. 이 밖에 온라인 간편결제 과정에서 ARS 전화 통화를 거치지 않고 문자메시지 인증만으로 계좌를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세틀뱅크)도 혁신 금융 서비스로 인정받았다.

이달부터는 그동안 금융 샌드박스 대상으로 지정된 새로운 서비스들이 연이어 시장에 나온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와 NH농협손해보험은 해외에 있는지에 따라 자동으로 '켜졌다 꺼지는' 여행자 보험을 출시한다. 한 번 가입하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여행자 보험이 켜지고, 국내에 돌아오면 꺼지는 식이다. 핀셋과 핀다, 비바리퍼블리카, 마이뱅크 등은 이달부터 맞춤형 대출상품 비교 플랫폼 경쟁에 들어간다. 발품 팔 필요 없이 자신의 신용·소득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을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