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개입 가능한 '3단계 자율주행차' 관련 개정안 발의
블랙박스 설치·저장 의무화…4·5단계 자율차 논의는 아직

3단계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가다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사고 책임을 지는 방안이 추진된다. 자율주행차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났다면 해당 자동차 제조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 또 정부 주도로 자율주행차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발생시 원인을 규명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런 내용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동차손배법)’ 개정안을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발의했다.

개정안은 3단계 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된 자동차보험 내용이 담겼다. 3단계는 조건부자동화 자율주행차로 차량이 주변 환경을 파악해 자율주행을 하며 특정 상황시에는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다. 4단계는 운전자 개입없이 운행하는 차, 5단계는 운전자 없이 무인으로 주행되는 차를 말하는데 4, 5단계 보험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기존 자동차손배법에서 규정한 운행자 책임 원칙을 자율주행차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자동차손배법은 자동차 보유자가 해당 자동차 운행으로 발생한 사고에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다. 또 자동차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보유자는 운전 여부와 무관하게 손해를 일부 배상해야 한다.

조선일보DB

개정안은 자율주행차 특성에 따라 사고 책임의 범위를 자율주행차 제작사(수입사 포함)까지 확대했다. 사고가 자율주행차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판명날 경우 보험회사는 지급한 보험금을 제작사에 청구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를 제작하거나, 수입해 판매할 때는 자율주행 기록 저장장치(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하고 자율주행차 소유자는 블랙박스 기록을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내에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조사위는 자율주행차 사고를 조사해 원인을 규명하는 권한을 갖는다. 자율주행차에 부착된 블랙박스 기록을 조사하고 행정기관, 지자체, 자동차 제조사 등에 사고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도 조사할 수 있다.

조사위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실상 조사위가 수사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자율주행차 소유자가 블랙박스 정보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조사위의 구체적인 권한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제작사나 수입사도 자동차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는 자동차 운전자 간에 과실 여부를 따지는데, 자율주행차 사고는 제조사의 과실까지 보겠다는 취지다.

보험사들은 해킹 등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고들에 대한 추가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화재보험사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 등 자율주행차 선진국에서는 해킹이나 소프트웨어 문제인 경우에도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보험사기가 많은 국내 특성상 자율주행차 보험 법제화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