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자산으로 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에 나선다. 유동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홈플러스 리츠 상장 실패 이후라 흥행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달말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롯데 리츠)에 롯데백화점 강남점 토지와 건물, 부속물 일체를 약 4350억원에 현물출자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와 오는 2030년 5월까지 약 11년간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임차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료는 연 221억원이다. 롯데 강남점은 서울 강남권 중심의 노른자 입지에 위치한 롯데쇼핑의 주요 핵심자산 중 하나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 매출은 크지 않다. 연간 3000억원 수준이다.

리츠는 특정 부동산이나 관련 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투자신탁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현재 건물주가 세입자가 되고 투자자가 건물주가 되어 임대료를 받는 자산유동화의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롯데AMC주식회사(리츠자산관리회사) 본인가를 획득했다. 롯데는 하반기중 리츠 상장을 위한 공모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흥행 참패를 본보기 삼아 공모규모를 최소화하고 점포마다 상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 홈플러스 리츠 50억 비용만 쓰고 해산...롯데 공모규모 최소화

지난 3월 홈플러스는 51개 점포로 구성된 리츠를 통해 1조5000억~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싱가포르·일본 등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으나 청약이 저조해 약 8000억원만 모였고, 가격도 공모희망가보다 낮았다.

결국 홈플러스는 상장 작업을 중단하고 리츠를 해산했다. 리츠 상장 작업에 약 55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중 지급수수료가 48억원이다. 업계는 홈플러스 리츠 실패 이유로 공모규모가 너무 크고, 매각 주체가 사모펀드(PEF)라 투자자들의 배당수익 불안감이 컸다는 점을 꼽았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상장에 성공하면 추가로 리츠에 부동산 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적이 부진하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점포가 기초자산이다. 서울과 수도권 백화점 2곳, 지방 대형마트 2곳, 아웃렛 2곳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번 자산유동화 작업은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대표는 롯데AMC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그룹의 국내외 부동산을 개발해 운영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다.

관건은 공모가와 배당수익률이 될 전망이다. 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7% 수준이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제시한 7% 배당수익률에도 투자자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리츠가 그리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간 투자해야 하고, 리테일 특화 리츠는 업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배당수익을 안정적으로 주면서 리츠 자체 가격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리츠를 통한 자산유동화와 컬처웍스 상장 등으로 최소 1조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의 활용 방안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현금흐름 부담 커진 유통업계...자산유동화 속도낼듯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는 기존 보유하던 부동산, 건물 등을 리츠로 만들어 매각하고, 본인들은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개선중이다. 오프라인 점포의 효율성이 낮아지다보니 현금흐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들은 매장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체들은 직접 소유 비중이 높다. 해외 업체들의 직접 소유 비중이 50% 내외인 수준인데 반해, 국내 업체들의 직접 소유 비중은 60%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때는 자산 가치가 확대돼 좋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정체되면 매장 매출이 하락할때 자금에 부담이 생긴다. 벌어들인 돈으로 계속 투자를 해야하는데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져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도 이마트의 실적부진 점포를 비롯해 자산 유동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다른 유통사에 비해 직접 건물을 소유하는 비중이 높다. 백화점은 58%, 이마트 83%, 트레이더스 86% 수준이다.

신세계는 자산유동화보다는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리츠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리츠를 만들어 점포 매출이 부진했던 이마트 학성점을 약 311억원에 매각한 적이 있다. 특히 신세계는 그룹의 새 먹거리로 온라인 전문 SSG닷컴을 내세우고 있어 이마트 점포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로마트도 리츠를 만들어 부동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리츠를 해산했지만 다시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빠른 시일내 홈플러스 부동산을 활용해 자금을 회수할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공모리츠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펀드에 비해 침체된 국내 리츠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개인투자자에게 절세 혜택을 줘서 리츠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상장리츠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결국 분리과세 등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리츠의 기초자산 다양화 등이 수반되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