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경제에 대해 3개월 연속 ‘경기 부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달 동안 유지했던 ‘경기둔화’라는 표현을 올해 4월 ‘경기부진’으로 높인 이후 지속적으로 경고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KDI는 10일 발간한 ‘2019년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이 소폭 확대됐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년 대비 소매판매액 증가율이 둔화됐고, 투자 관련 지표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KDI는 이에 대해 "4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이 축소되면서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설비투자의 감소폭이 축소됐지만,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자본재수입액이 큰 폭의 감소율을 지속하는 등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건축기성·주거부문 선행지표 부진으로 당분간 건설투자 감소세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한 반도체 공장에서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생산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생산의 경우 전산업생산이 4월 들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지표가 개선되긴 했다. 하지만 전달 대비 조업일수가 하루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KDI는 진단했다. KDI는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이 전달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일시적 요인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산업생산의 흐름은 부진한 모습"이라고 했다.

KDI는 특히 수출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부진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KDI는 "세계경기의 둔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석유류 등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됐으며 부진한 모습"이라면서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수출액도 전달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및 유럽 정치 불안 등으로 세계경제 하방위험이 커졌다는 게 KDI 판단이다. KDI는 "산업생산과 교역량 등 세계 실물경제 관련 지표들이 낮은 증가세에 그치고, 기업 심리 지수와 OECD 선행지수도 당분간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3월 취업자 증가수가 20만명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17만명대로 집계돼 최악은 벗어난 듯한 노동시장에 대해선 "서비스업 중심의 증가세를 지속했으나 전달보다 증가폭은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