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치료하는 항체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모든 변이를 분석해 대표적인 바이러스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에 맞설 항체 생성을 통해 치료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한병우 서울대 약대 교수 연구팀이 면역결핍바이러스 단백질의 대표 구조를 설계해 치료용 항체 유도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변이를 모두 분석해서, 전체 외피 단백질을 가장 잘 대표하도록 설계된 단백질 '콘엠(ConM)'을 백신 개발에 최적화되게 추가 변형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너무 다양하게 변이돼 그동안 딱 맞는 치료제를 만들기 어려웠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6000개 이상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외피 단백질의 모든 서열을 분석하고, 범용으로 쓸 수 있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설계한 단백질 콘엠의 항체 유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콘엠을 토끼와 짦은 꼬리원숭이에게 투여하자 각 동물의 몸 속에서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가 나타났다.
특히 이 항체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갖는 다양한 변이 단백질을 광범위하게 중화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갖는다. 콘엠 설계와 같이 단백질 설계 방식을 이용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의 변이 단백질도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병우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치료법 개발이 힘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백신 연구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 원리를 적용해서 변종이 심해 치료법 개발이 힘든 독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30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