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 인하를 검토하기 시작한 데 이어, 유럽은 현행 제로 금리를 당초보다 6개월 늘려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선진국들이 '돈 풀기' 경쟁에 다시 들어가는 모양새다.

신흥국들은 이미 금리 인하에 나섰다. 금리 인하가 전 세계적인 도미노 현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도 올해 하반기 한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 시각)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이달 정책금리를 내릴지를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여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 전망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를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시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7월 이후 인하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진단이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현행 0%에서 동결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6개월 정도 더 연장한 것이다. 이미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나라들도 있다. 6월 들어 인도 중앙은행이 올해 3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호주도 3년 만에 금리를 낮췄다. 지난달까지 뉴질랜드, 필리핀, 말레이시아, 아이슬란드 등이 금리를 내렸고, 러시아도 이달 중 금리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가 각국이 금리 인하 카드를 빼든 주요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0.5%, 금액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GDP(국내총생산)를 웃도는 4550억달러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속속 나온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동결했다. 하지만 조동철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내면서 작년 11월 이후 이어져 오던 만장일치 동결 기조가 바뀌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하강 국면이 뚜렷해지면서 올 4분기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