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출하량 기준 1분기 점유율 26%로 1위
"북미서 저가TV로 인기 많지만, 추이 계속 봐야할 것"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중국 TV 제조사인 TCL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출하량 기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저가 TV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TCL이지만, 점유율 전체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업체가 선제적으로 TV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한다. IHS마킷이 집계한 출하량은 제조사가 유통점에 공급하는 물량이다. 즉, TCL이 북미 유통매장에 자사 TV를 많이 팔았다는 것이다.

그래픽=정다운

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TCL의 올해 1분기(1~3월)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930만대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으로 TCL은 시장 점유율 26%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2%로 2위였다. 미국 비지오(14%), LG전자(12%), 일본 후나이(9%)가 그 뒤를 이었다.

IHS마킷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우려가 커지면서 TCL을 비롯해 중국에서 TV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1분기 출하량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에 미국 비지오가 잡고 있는 북미 저가 TV 시장을 TCL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대체하기 시작한 건 좀 된 이야기"라며 "다만, 이 기간 출하량이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은 재고 물량을 선제적으로 밀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 증시에 상장해 있는 TCL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기간 전 세계적으로 844만대를 팔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5%나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1분기 매출액은 약 1조89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15.1%로 되레 0.7%포인트 줄었다. 싼값에 다량 재고를 털어내는 전략을 쓴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균판매단가(ASP) 추이는 TCL도, IHS마킷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IHS마킷 수치가 제조사에서 유통점에 판매한 물량인 만큼 TCL TV가 미·중 분쟁에도 지속적으로 잘 팔리는가를 보려면 향후 분기에서도 이런 출하량 증가세가 이어지는가를 봐야 한다"며 "제조사별로 집중 판매하는 TV 금액대가 다르기 때문에 매출액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북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 시장 점유율 37%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그 뒤에 있는 LG전자나 TCL보다도 점유율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