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퇴직자 주영훈(59) 씨는 함께 돈을 모아 경기도 용인의 땅을 사자는 친척의 제의를 여러 차례 받고 고민에 빠졌다. 투자를 권한 친척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공장을 지으면 고용이 늘고 주변에 상권도 조성돼 땅값이 크게 뛸 수밖에 없다"며 "용인 토박이인 지인과 공인중개사인 또 다른 지인이 입지가 좋은 물건을 알아보고 있으니,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해 사두면 몇 년 안에 대출이자를 훨씬 웃도는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축구센터 인근 땅은

SK하이닉스 반도체 단지를 유치한 효과는 이미 용인시 땅값에 빠르게 반영됐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1분기(1~3월) 땅값 상승률을 보면,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시설을 지을 곳으로 낙점한 용인시 처인구의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이 기간 전국 땅값은 0.88% 올랐는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땅값은 홀로 8.97% 뛰었다. 3기 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인 하남(0.52%)과 남양주(0.48%)를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월 한달 동안에도 처인구 토지 가격은 0.82% 올랐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용인시 처인구의 땅값 상승률은 전국(0.30%)은 물론, 서울(0.33%)도 앞질렀다.

경기도청이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올해 3월 중순 원삼면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토지 거래에 제약을 받는다.

경매에서도 용인시 처인구의 논이나 밭, 임야(산림이나 들판)의 인기가 수직상승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 지역의 논이나 밭이 법원 경매에 부쳐지면 감정가의 50~90% 선에서 낙찰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낙찰가율이 평균 90~120%로 올라섰다.

용인시 2035년 도시기본계획에 따른 권역별 정비방안.

부동산전문가들은 개발 호재를 언급하며 용인 지역의 땅을 사라는 투자 권유를 함부로 따르면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설비를 지을 곳이 아닌 땅이나 잘게 쪼갠 토지를 비싼 값에 파는 속칭 ‘기획 부동산’에 낚일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투자를 권하는 부동산중개업체들은 SK하이닉스 반도체단지와 함께 처인구가 ‘제2의 경부축’으로 떠올라 개발 수혜를 볼 것이란 점도 근거로 든다. 용인시의 ‘2035년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처인구 남사면 일대에는 남사신도시를, 포곡읍 일대에는 포곡·모현 문화관광 복합밸리를 각각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세종 스마트고속도로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 확충에 맞춰 주거 환경이나 경제 기반이 부족한 처인구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이 성장관리지역에 해당하는 서북부와 달리, 용인시 동남부는 자연보전권역 비중이 크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는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