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대형 소셜미디어(SNS) 업체들이 '데이터 농부'들이라면 우리는 '데이터 작물'에 불과합니다. 대형 SNS는 우리의 개인 정보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래리 생어 에브리피디아 CIO.

지난달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정보의 탈(脫)중앙화' 세션에서 강연한 래리 생어(Larry Sanger) 에브리피디아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개인 정보가 대형 SNS에 집중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해커 공격 등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우리의 디지털 정보가 필요 이상 남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년 지미 웨일스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누구나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형 백과사전'을 표방한 위키피디아는 소수 엘리트에게 집중된 전문 지식을 일반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정보 민주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어 CIO는 "현대인 대다수가 SNS를 이용하지만 자기 정보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개인 정보를 특정 업체가 독점 관리하지 못하는 '탈중앙화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특정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트위터 이용자도 볼 수 있도록 SNS 업체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탈중앙화의 첫걸음"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개인 데이터가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을 통해 암호화되고, 어떤 중앙 서버도 이에 간섭할 수 없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생어 CIO가 몸담고 있는 에브리피디아는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리거나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은 위키피디아와 비슷하지만, 정보가 중앙 서버가 아닌 블록체인에 기반해 여러 사용자의 서버에 분산 저장된다는 점이 다르다. 생어 CIO는 "위키피디아는 관리자에 의해 정보가 검열되거나 임의로 삭제·수정될 수 있지만, 에브리피디아는 사용자 투표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