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 방안 검토
시민단체 "인터넷은행 필수 규제 제외하는 건 특혜"

정부와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인터넷은행에만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해주는 것은 특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오는 3분기 재추진될 제3인터넷은행의 흥행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지만, 사회 갈등 역시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을 통해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경기규칙과 심판을 바꾸겠다는 일차원적인 발상의 초라함과 범죄 이력이 있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경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무모함을 가장한 뻔뻔함을 개탄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벌이는 철없는 불장난에 다름없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5년 이내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사업자 선정 실패 등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당정 회의에 참석했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기존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지분 확대를 막고 새 인터넷은행의 흥행 부진 요인으로도 작용하자 아예 이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5년 이내’를 ‘3년 이내’로 줄이고, 대주주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법 위반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 이 외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부평가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개선하기로 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인터넷전문은행만 필수적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규정(대주주 적격성 요건)은 은행법과 다른 금융관련법령에도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에만 특별히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이 요건을 준수할 수 없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도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대주주가 그러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이번처럼 용인하자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이같은 규정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답보 상태에 빠진 만큼,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 완화 외에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각종 규제와 사업 한계 때문에 이익보다는 손해볼 요인이 더 많다"며 "은행 고객 정보를 활용해 다른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등 보다 과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3분기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공고를 다시 내야하는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이같은 의견을 참고는 하되, 혁신을 위해선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와 같은 감독 시스템에선 산업 자본이 은행 예금 등을 유용하기는 쉽지 않아 이전과 같은 수준의 금산분리 규제가 필요치 않다"며 "양질의 산업자본이 금융업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