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일부 스마트폰 생산라인이 미국 정부의 제재가 본격화되자마자 가동이 중단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3일 중국의 사우스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의 핵심 생산라인 중 하나인 폭스콘 공장 일부가 생산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중 하나인 폭스콘은 중국 심천 등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을 생산해왔다.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에 있는 화웨이 매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미국 기업들이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그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밝혔다. 이후 퀄컴,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다수의 기업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었다.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SW)가 막힌 화웨이는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이같은 제재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해왔으며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일부 생산 라인 가동이 멈춘 것으로 알려지며 당초 전망보다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인 ARM 역시 화웨이에 라이선스 제공을 중단하면서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급도 큰 난관에 봉착했다.

소프트웨어 역시 삐걱거리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개발·운영사인 구글은 앞서 화웨이에 대한 서비스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최근 들어 홍콩 등 일부 지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작동이 오류를 일으키는 일이 잦아졌다.

현지 커뮤니티에 따르면 홍콩 지역 내 화웨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최근 들어 갑작스러운 화면 꺼짐이나 벽돌현상(갑자기 화면이 멈추는 현상) 등을 겪고 있다. 화웨이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지원 중단에 대비해 진행한 OS 업데이트가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면초가에 놓인 화웨이는 당장 올해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무려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으며 2020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공급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던 화웨이의 야심찬 계획에도 제동이 걸린 샘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최근 조사에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올해부터 즉각적으로 영향을 발휘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망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5G 등 호재에 따라 2%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미국의 무역 제재에 따라 전망치를 -1%대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