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 매각에 대한 인수 후보자들의 제안서 접수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넷마블·카카오와 국내외 사모펀드를 포함해 총 5곳이 제안서를 냈지만, 관심을 끌었던 중국 텐센트와 미국 월트디즈니는 제안서를 내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매각 예상가는 10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성사되면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 매각 사례가 될 전망이다.

2일 게임업계와 IB(투자 은행) 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독일 도이치증권과 스위스 UBS는 31일 뉴욕에서 카카오·넷마블과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베인캐피털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접수했다. 매각 주관사는 지난 2월부터 이 5곳과 인수 조건·가격을 두고 개별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사이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사) 대표 겸 넥슨 창업자는 미국 디즈니·아마존, 중국 텐센트 등을 방문해 인수전 참여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대표를 잘 아는 관계자는 "올 들어 김 대표는 국내에 머문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해외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인수 희망자 넘쳐나지만…가격 이견(異見)은 커

넥슨 매각은 올 1월 공식화됐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첫 절차인 인수제안서 접수 일정도 3~4차례 연기했다. 그만큼 사고파는 당사자 간 적정 매매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대표는 당초 자신과 아내 유정현씨,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15조원 이상을 받고 팔려는 의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최대주주(지분율 47.6%)다. 넥슨은 작년 순이익이 1조원대인 데다가 현금성 자산도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 넥슨 가치를 순이익의 20~25배 정도로 상정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금액이다. 여기에 NXC가 보유한 다른 기업(스웨덴 유모차업체 스토케,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코빗 등)의 가치 총합도 조(兆) 단위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인수 희망자들은 여전히 10조원 안팎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증시에서 현재 넥슨 주가는 1617엔(약 1만7715원)으로, 시총은 1조4500억엔(약 15조8859억원) 정도다. NXC가 보유한 넥슨 주식의 평가액은 약 7조9000억원이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15조원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협상에 관여하는 관계자는 "넥슨의 영업이익은 매우 크지만, 던전앤파이터라는 단일 게임의 매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런 불안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 2조5296억원 가운데 던전앤파이터의 비중은 40%였다. 던파가 주로 의존하는 중국 시장이 각종 게임 규제로 불확실한 것도 악재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던파의 인기가 앞으로 10년은 더 가겠지만, 그것만 믿고 김 대표가 원하는 가격을 지불하기엔 불안한 게 현실이라 쉽게 협상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안갯속 인수전… 변수는 중국 텐센트

넥슨 매각 관련, 인수 희망자들은 정보 유출에 민감한 상황이다. 카카오와 넷마블은 부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자 회의에서도 인수 관련 논의를 일절 진행하지 않고 있다. 각각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인수 실무진에게 직보받는 형태다.

사모펀드 측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매각 주관사인 도이치증권도 넥슨 매각팀의 소속원들이 다른 직원들에 관련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정주 NXC 대표 측에서 인수 관련 정보를 유출한 후보자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강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인수전의 막판 변수는 중국 텐센트다. 현실적으로 10조원 이상의 현금을 단일 후보자가 끌어오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넥슨의 던파 중국 서비스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17.7%)와 넷마블(6.7%)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나 넷마블이 동원 가능한 현금은 한계가 있는 데다 사모펀드도 선뜻 10조원 이상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넥슨이 중국 자본에 팔릴 가능성이 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