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풀이 우리를 불러들였다."(송대현 가전담당 사장)

LG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 시장 미국에 첫 생활 가전 공장을 세우고 현지 업체 월풀과 본격적인 '세탁기 전쟁'을 시작했다. 월풀의 집중적인 제소로 미 행정부가 한국산(産)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현지에 세탁기 공장을 세워 '관세 화살'을 피하고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29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연간 120만대 생산 규모의 세탁기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10초에 세탁기 한 대씩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스마트 공장이다. 송 사장은 "신공장을 중심으로 북미(北美)에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겠다"면서 "올해 세탁기 사업의 두 자릿수 성장이 목표"라고 했다.

◇10초에 세탁기 한 대씩 생산하는 '첨단 스마트 공장'

이 공장은 LG가 4300억원을 투자한 첨단 '지능형 자율 공장'이다. 개별 부품 생산부터 완제품을 포장·검수하는 전(全) 과정에 로봇과 자동화 공정이 접목됐다. 예를 들어 생산 도중 자재(資材)가 부족하면 필요한 부품의 종류·수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무인(無人) 운반 로봇이 즉각 부품을 싣고 달려온다. 또 공정에 불량이 생기면 시스템이 스스로 원인을 분석해 해결한다. 공장 곳곳에는 자동화 로봇이 대거 배치돼 있다. 2개의 생산 라인에서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만든다.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지은 세탁기 공장에서 미국인 직원이 세탁기를 조립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 모든 설비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지능적·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생산 제품이 바뀌어도 몇 분 안에 공정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미 고율 관세 대응… 원가 경쟁력 향상

LG전자의 테네시 세탁기 공장은 이날 준공식을 가졌지만 실제 가동은 작년 12월부터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2월부터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 물량에 3년간 최대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LG는 창원과 태국·베트남 공장을 통해 연간 120만대가량의 세탁기를 미국에 수출해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LG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당초 예정보다 6개월가량 일정을 앞당겨 공장을 조기(早期) 가동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LG의 지난해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17.2%로 삼성(19.2%)에 이은 2위였다. 9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선 삼성과 나란히 27% 점유율로 공동 선두다.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지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도 드럼세탁기는 1~8위, 통돌이세탁기는 1~10위가 모두 LG 제품일 만큼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LG를 반덤핑 혐의로 제소하며 지속적으로 견제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월풀은 브랜드 기준으로는 3위(15.8%)지만, 자매 브랜드 메이텍(Maytag)의 점유율(15.3%)까지 합하면 단일 기업으로는 여전히 1등이다.

송 사장은 "현지 생산을 하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물류비, 관세, 배송 시간이 줄어 원가 경쟁력도 올라간다"며 "세이프가드 관세가 사라져도 미국 생산이 비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